[컨테이져스 전략적 입소문], 조나 버거
유행을 만드는 6가지 방법
최근의 일입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녔습니다. 재치 있는 기자의 흔하지 않은 날씨보도를 본 한 사람이 이 기사에 음악을 입히고 영상을 재밌게 편집해 소셜 미디어에 올렸습니다.
고양이가 한강을 걸어가는 황당함과 통통 튀는 배경음이 더해져 이 영상은 큰 인기를 끕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 안무가가 춤도 만들어 하나의 밈으로 완성시키니 고양이 댄스는 하나의 밈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고양이 춤의 유행은 인기 있는 연예인들의 참여로 정점을 찍습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안무가 귀여운 음악과 만나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이 밈 덕분에 아이돌 츄의 경우 주춤하던 인기가 급상승하기도 했고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양이 춤이 인기를 끌자, 영화 홍보행사에 참여한 강동원 배우에게도 영향이 미쳤습니다. 행사의 사회자였던 박경림이 강동원 배우에게 고양이 춤을 가르쳐주고 따라 추도록 유도했기 때문이죠. 고양이 춤 동작을 따라 하는 강동원의 춤사위는 살짝 어색했지만 너무나도 잘생긴 얼굴은 모든 걸 용서하게 했습니다. "와 강동원이 고양이 춤춰 오빠.", "와! 잘생긴 사람이 춤도 춘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제 아내와 저의 모습은 사뭇 달랐습니다.
사실 고양이 춤은 유별난 유행이 아닙니다. 옛날에는 파인애플과 애플을 합쳐 부르던 어떤 일본 아저씨의 춤사위가 유행이기도 했고, 자랑스럽게 묻던 'DO YOU KNOW GANGNAM STYLE?'의 유행도 있었습니다. 아주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탕탕 후루 후루 탕 탕 후루루루~'하는 '탕후루 댄스'도 유행이죠.
이런 유행들은 계속 돌고 돕니다. 하나의 유행이 시들해지면 어느 순간 비슷한 것이 유행하고 있죠. 요즘에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유행의 변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진 느낌입니다.
대체 이런 유행들은 왜 이렇게 계속 반복될까요? 그리고 유행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음악과 춤은 유행하는데 어떤 음악과 춤은 소리 소문 없이 묻혀버리게 될까요?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는 유행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소셜 마케팅의 관점에서 작성한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의 이름은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으로 와튼스쿨의 저명한 마케팅 교수인 조나 버거가 쓴 책입니다. 풍부한 사례와 함께 재치 있는 유머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이 책의 주제는 '사회적 유행을 발생시키는 요소는 무엇인가?'입니다.
저자는 유행을 발생시키는 6가지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 소셜화폐(social currency)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합니다. 재미있는 화젯거릴 던져 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를 원하죠. 이때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위해 소비할 수 있는 좋은 화제를 저자는 '소셜 화폐'라 부릅니다. 소셜화폐는 원칙적으로 놀랍고 흥미로운 것이어야 합니다. '땅에서 나무가 자란다.'같은 따분한 것이 아니라 '땅에서 금덩이가 나왔다.'같이 놀라운 것이어야 합니다. 유행을 만드는 것은 이런 소셜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주제일 때 가능합니다.
2) 계기
유행은 계기가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고 사람들이 반복하는 행위에 자신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접목시킬 수 있다면 큰 유행이 될 수도 있죠. 예를 들면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의 광고가 있습니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짧은 광고문구를 통해 다양한 과일들을 사용해 천연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한 이 광고는 꽤 유행을 끌었었습니다. 매일 먹는 과일들과 천연 화장품이라는 제품의 기능성에 초첨을 맞춰 과일 하면 스킨푸드라는 연관성을 이끌어낸 멋진 광고였습니다.
3) 감정
유행하게 하려면 부정적인 감정에 호소해야 할까요? 긍정적인 감정에 호소해야 할까요? 부정적인 감정 분노, 좌절, 슬픔에 호소하는 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니 유행에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만 긍정적인 감정 희망, 열정, 경외심 같은 감정도 사람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할 수 있으니 좋아 보입니다.
조나 버거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 모두 유행을 일으키는데 큰 차이는 없었다고 합니다. 감정이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 보다 더 중요했던 요소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감정 중 각성 상태를 높이는 감정일 때 유행을 일으키는데 효과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긍정적인 감정인 만족감과 부정적인 감정인 슬픔은 사람들을 침착하게 가라앉힙니다. 별도의 행동을 불러오는 감정이 아니죠. 그러나 긍정적인 감정인 경외심, 흥분이나 부정적인 감정인 분노, 불안은 사람을 행동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멋진 강동원이 우리 동네를 돌아다니다 나와 마주친 사건은 당장 친구에게 말하고 싶은 감정이고, 어느 마을의 공장에서 폐수를 몰래 흘려버리다 그 마을의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린 사건도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어 여기저기 말하고 싶게 만들죠. 이처럼 유행에 감정적인 요소는 사람들에게 각성상태를 유도하는 감정인지 아닌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집니다.
4) 대중성, 사회적 이익, 이야기
유행은 웅성웅성 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퍼져갑니다. 유명해서 유명한 전략은 '그래서 그 유명하다는 사람이 도대체 누군데?'라고 묻게 만들고 그 유명했던 사람이 BTS였던 까닭에 전 세계적인 군대(팬클럽:아미)를 만들어 낼 수 있었죠. 대중성은 유행에 당연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좋은 소식은 나누고 싶어 합니다. 나에게 유용한 소식이었다면 옆집 김 씨 아저씨에게도 유용할 것이라 생각하죠. 어느 날 새로운 아이폰을 어떤 휴대폰 성지(핸드폰을 싸게 파는 양심매장)에서 행사를 한다면 바로 친구에게 말하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인간미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행은 이야기를 타고 더욱더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트로이 목마의 이야기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될 수 있는 이유는 이야기에 어떤 교훈과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유행시키고자 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이야기를 통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 유행은 좀 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강동원까지 춤추게 만든 고양이 춤이 유행하게 된 원인을 따져봅시다.
먼저 고양에 춤은 한강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라는 비범한 내용의 소셜화폐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황당해 보이는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잘 보는 소셜미디어에 댄스챌린지 영상으로 고양이 춤이 등장합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시청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죠.
너무너무 귀여운 춤을 너무너무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들이 따라 춘다니 너도 나도 이 영상들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흥분이라는 각성상태의 감정으로 마구마구 유행을 퍼트려가기 시작합니다.
물론 고양이 춤에 사회적 이득이 될만한 유용한 정보나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져 뉴스에까지 고양이 춤이
나와버렸으니 대중들은 궁금해서 한 번 더 찾아봅니다. 대중성이란 사람들이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 따라 작동하기도 하니까요.
유행이란 조나 버거 교수가 말한 6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지 않아도 발생됩니다. 때론 특별한 한 가지가 나머지 5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기도 하죠. 결국 강동원이 고양이 춤을 추게 된 이유는 유행의 6가지 요소 중 4가지나 만족해 버린 고양이 춤의 마력 때문이었습니다.
어떤가요? 당신도 유행을 선도하고 싶나요? 그럼 주변에 숨겨진 비범한 것들을 찾아보세요. 재밌는 화젯거리를 던지고 싶은 당신의 열망이 앞으로 유행할 어떤 것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