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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r 09. 2022

결혼 권장 프로젝트

ep.7 같은 것을 즐긴 다는 것 feat. 세상니편

신혼 초 우리 부부는 같이 있는 시간을 더욱더 즐겁게 보내고자 공동의 취미생활을 찾기로 했다. 하지만 공동의 취미 찾기는 쉽지 않았다.      


신랑은 주로 몸을 쓰는 운동(예를 들어 축구?)을 좋아했기에 나에게 운동을 같이 하자고 했으나 나는 세상 제일가는 몸치에다가 체력도 쓰레기라 그의 제안을 단박에 거절을 했다. 나는 그런 신랑에게 책 읽기를 같이 해보자고 권했다. 신랑은 자기도 책을 좋아한다고 콜을 외쳤으나 우리는 이 취미도 같이 즐길 수가 없었다. 왜냐면 신랑이 말한 책은 만화책, 판타지 소설이었고, 내가 말 한 책은 소설, 인문학서, 경제서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했던 부부의 취미생활은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둘의 책의 취향이 너무나도 달랐으며 서로 자신의 취향을 포기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간신히 흥미가 맞는 취미를 찾아내면 그 취미는 유지하고 실행하는데 큰돈이 들었다. (왜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다 비쌀까?) 아직 집도 없는 우리가 즐기기 위해 그런 큰돈을 쓰기에는 부담감이 있어 우리는 그 취미는 좀 더 나이가 들고 (라고 적고 집을 산 후라고 읽는다) 도전해 보기로 했다. 공동의 취미 찾기에 실패해 좌절하고 있던 우리 부부는 결국 금단의 취미생활을 같이 즐기기로 했다.     


금단의 취미생활이란 바로 모바일 게임이었다. 신랑과 나 둘 다 게임에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임으로 결혼 후 우리는 게임을 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것만큼 둘 다 좋아하고 돈이 안 드는 취미 생활이 없었기에 한 번만 같이 해보자라고 둘은 결심을 했다. 오랜 상의 끝에 우리는 둘 다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RPG 게임을 선택했다.      


[근데 신랑, 아이디는 뭐라고 하지?]

[그러게? 뭘로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처음으로 부부가 같은 하는 게임이기에 우리는 아이디부터 맞춰서 시작하기로 했으나 아이디 선정은 쉽지 않았다. 둘 다 만족하면서 쉽고 멋있는 아이디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쓰고 있었기에 우리 부부는 남들이 쓰지 않으면서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아이디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나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어!!]

[뭔데?]

[세상니편 / 세상 내편]

[그게 뭐야?]     


신랑은 뜬금없이 세상니편과 세상 내편이라는 아이디를 말했다. 세상니편 세상 내편 이라니.. 우리 신랑 센스가 너무 없구나? 나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신랑은 그 아이디를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왜 그 아이디냐고. 그러자 신랑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 멋진 말이었다.      


너 아이디는 세상내편이야.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다 너의 편이란 말이지. 그리고 내 아이디는 세상니편. 세상이 다 너의 편이면 좋겠지만 너의 편이 아니어도 나만은 너의 편이 되겠다는 말이야. 어때 괜찮지? 신랑은 설명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었고 그의 웃음과 설명을 들은 나는 너무나도 행복해졌다. 이렇게 멋있는 말을 하는 사람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아이디를 바로 나의 아이디로 설정했다.     

그 이후 우리 부부는 게임을 잘 즐겼을까?      


아마 둘 다 재미있게 게임을 했을 것이라 예상되지만 안타깝게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심지어 게임의 타이틀도 게임을 얼마만큼 플레이했다는 기억도 없다. (이래서 엄마가 기억에도 남지 않는 게임 하지 말라는 건가? ㅋㅋㅋ) 그래도 아이디를 정할 때의 저 소중한 기억이 남아있으니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게임을 하지 않지만(게임을 하더라도 캐주얼 게임만 한다) 신랑은 가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몰래 신랑의 핸드폰을 훔쳐보면 신랑은 아직도 세상니편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디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 신랑을 쳐다보게 된다. 신랑은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구나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결혼 초기와 달리 우리는 이제 같은 취미를 따로 찾으려 하지 않는다. 서로 취미가 너무 다르다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으며, 꼭 같은 취미를 하지 않아도 우리 부부는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결혼 생활을 보낼 수 있음을 몸소 경험했기 때문이다. 같이 붙어만 있어도 즐겁고 행복한데 굳이 취미까지 같이 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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