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표현하는 만큼 사랑은 늘어갑니다.
내가 좋아하는 천선란 작가의 작품인 천개의 파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에게는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기능이 아예 없다. 다들 있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이 말처럼 우리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당연히 나의 맘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절대 나의 마음을 알 수 없다. 말하지 않고 알아달라는 것은 저축은 하지 않고 자산이 증가했으면 좋겠다는 것처럼 허황된 것이다.(근데 진짜 이렇게 되면 소원이 없겠다.ㅋㅋㅋ)
나 역시 신랑을 처음 만났을 때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사랑해라는 말은 뭔가 모르게 오글거렸으며, 연애와 결혼은 당연히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신랑이 알 것이라고 생각했고 몰라주면 섭섭했다. 입 밖으로 섭섭한 마음을 표현하지도 않았기에 섭섭함은 차곡차곡 마음에 대출이자처럼 쌓였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꽃 선물을 많이 받아 본적 이 없다. 꽃이라 함은 이쁘긴 하지만 금방 시들어버리고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선물하는 것이 더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애 시절에도 상대방에게 꽃을 선물로 준다고 하면 격하게 거부했으며 그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사 먹자 외치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지나가는데 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꽃을 들고 가는 그 남자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였을까? 그 꽃다발을 받는 여자가 난데없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는 급격히 나도 꽃을 선물 받고 싶어졌다.
[신랑 나 꽃 받고 싶어]
[갑자기 왜? 꽃 싫어했잖아]
[몰라. 그냥 받고 싶어 그것도 서프라이즈로!!]
[알았어. 사줄게.]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도 신랑은 꽃은커녕 어떠한 선물도 사 가지고 오지 않았다. 뭐야 그새 까먹은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꽃은 생필품도 아니었기에 점차 나의 기억에서 꽃에 관한 기억은 사라졌다. 섬세한 신랑은 그때를 기다린 것 같다. 내 기억에서 꽃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시기 말이다. 그래야 서프라이즈 선물이 가능하니 말이다. 어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저녁 신랑은 퇴근길에 꽃 한 송이를 사 가지고 왔다.
나도 잊고 있던 기억을 누군가 해 준다는 것은 상당히 멋진 일이다. 물론 내가 미리 말하긴 했지만 난 이미 기억에서 잊고 있었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되었다. “신랑 사랑해” 나는 감격스러운 마음에 신랑에게 평소에는 마음속으로만 수백만 번 외쳤던 그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다. “내가 더 사랑해” 신랑의 대답은 여태까지 들었던 말 중 가장 멋진 말이었다.
사랑해라는 말에 내가 더 사랑해라고 대답해주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 물론 찾아보면 많을 수도 있지만 여태까지 내 주위에는 한 명도 없었다. 그 말은 세상 어떤 말보다 듣기 좋았고 날 행복하게 했다.
[신랑 그 말 너무 좋아]
[무슨 말?]
[내가 더 사랑해 그 말]
[앞으로 자주 해줄게]
그날 이후 나는 신랑의 대답을 듣기 위해 사랑해 머신이 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신랑과 얼굴만 마주치면 사랑해를 외치고 다녔다. 심지어 카톡에도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사랑해가 되었다. 그러면 신랑은 한 번도 빠짐없이 내 말에 내가 원하는 대답 해 준다. “내가 더 사랑해” 그 말은 백 번 천 번 들어도 너무 행복하다.
말은 하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하면 할수록 힘을 가지는 것 같다. 말하지 않았을 때는 몰랐지만 말을 하고 나니 신랑이 더 좋아지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신랑이랑 작은 다툼 뒤에도 사랑해라고 하면 신랑은 항상 내가 더 사랑해라고 말해주기 때문에 나의 자존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큰 것이라 나는 자부한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해라고 먼저 말해보면 어떨까? 아님 누군가가 사랑해라고 한다면 내가 더!라고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그럼 아마 어제보다 조금 더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 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