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100% 행복이 과연 있을까요? - 명절 이야기
나는 누구보다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며 결혼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러니 이렇게 아무도 시키지 않은 결혼 권장 프로젝트를 혼자 진행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누군가가 결혼생활이 100% 행복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수 십 년간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던 두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에 싸움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싸움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풀어 가느냐가 결혼 생활에 핵심이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여태껏 행복한 이야기만 말했으니 이번엔 덜 행복했던 순간의 이야기를 한번 말해보려고 한다.
여자가 결혼했음을 가장 후회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은 단 하나 명절이다. 오죽하면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을까 싶을 정도로 명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나 싶다. 왜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의 제사를 챙겨야 하는 건지 그 이유는 도무지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 시댁은 양반이다. 제사를 지내긴 하지만 시어머니는 나를 불러서 요리를 시키시지 않으신다. 본인 혼자 다 준비하신다. 제사도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두 분이서 지내신다. 그래서 내 마음은 더 불편하다. (tmi 하나 투척하면 시어머니는 결혼 첫 해부터 올해가 마지막 제사다라고 말씀하시며 아직까지 제사를 지내신다. 어머니의 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서부터 갈등은 시작된다. 신랑은 가지도 않으면서 불편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불편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신랑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몇 번은 명절 전에 가서 시어머니의 요리를 도와 드린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힘들다고 징징 거리면 신랑은 자신은 오지 말자고 했는데 왜 와서 고생하냐고 나를 질타한다. 물론 내가 힘든 게 속이 상해하는 말이란 걸 알지만 그건 머리가 아는 것이고 그 말을 들은 나는 또 서운하다.
더 큰 문제는 이게 둘만의 문제이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면 대화를 하거나 서로 조율하여 맞춰갈 수 있는데 이것은 둘만의 문제도 아닐뿐더러 일 년에 두 번이니 그냥 참고 넘기자 라는 마음에 매번 그냥 넘어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사실 아직도 나에게 풀리지 않은 마음의 숙제이다.
이번 명절엔 나는 결국 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사실 가려는 마음도 있었으나 신랑이 말리고 말려서 가지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불편하다. 신랑은 신경 쓰지 말라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면 내가 성인군자겠지. 나는 그냥 보통의 평범한 며느라기이기에 마음이 쓰인다. 이 불편한 마음이 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나보다 오래된 며느리들에게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