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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Feb 09. 2022

결혼 권장 프로젝트

ep.4 어렵고도 힘든 그것! 청소!!

 나와 신랑은 결혼 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나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경험이 있지만 그건 우리나라가 아니어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고(거기다 언니들과 같이 살아 내가 집안일을 전담하지 않았다) 신랑은 집이 싫어 나갔다가 6개월 만에 포기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다. 이렇듯 우리는 모든 것을 부모님의 도움으로 살아왔었다. 그런 두 남녀의 결혼 생활은 녹녹지 않았다.     

 

 거기다 나는 참 게으르다. 부모님 집에 살 때에도 부모님에게 네 방 청소 좀 해라는 말을 질릴 만큼 들었다.(근데 이건 누구나 그렇지 않나? ㅋㅋ) 하지만 백날 천날 그런 말을 들어봤자 소귀에 경 읽기였다. 결국 부모님도 포기할 정도였으니 이만하면 말 다 했지 뭐..     


 결혼을 하고 나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집은 금방 더러워졌다. 결혼 초반에는 나만의 첫 공간이었고(물론 신랑과 같이 살기는 했지만) 내 집이라는 생각에(물론 전세였지만) 열심히 청소를 했다. 근데 다들 알다시피 청소라는 것이 해도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나같이 천성이 게으른 사람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청소를 손에서 놓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굴러다니고 먼지가 날아다녀도 나는 못 본 척하며 그렇게 살아갔다. 딱히 신랑도 그런 것에 큰 불만을 갖지도 불평을 내뱉지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인가 건강에 이상 신호가 보였다. 하지도 않던 잔기침은 기본이고 몸에 두드러기가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도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보고 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랑은 그런 나를 보며 걱정이 점점 늘어갔다. "네가 아픈 건 다 집이 더러워서 인 것 같아. 이제 청소 좀 제대로 하고 살자” 대뜸 신랑이 말했다.     


 내가 아픈 것이 꼭 집 때문일까요? 그리고 뭐 죽을병도 아닌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집이 엄청 더러운 것도 아니잖아 그냥 먼지 조금 머리카락 조금.. 아니 조금 많이 굴러다니는 것 빼고는.. 청소를 하는 것보다 아픈 게 버티기 더 수월했기에 (그렇다 난 진짜 심각한 귀차니스트다.) 나는 그런 말들을 입 밖에 내뱉었다.     

 신랑은 황당해하며 “누가 너보고 하래? 내가 할 거야. 이제부터 우리 집 청소는 내가 담당한다.”라며 호기롭게 외쳤다. 심쿵!! 이것이야말로 내가 예전부터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던가? 안 그래도 신혼 초기라 신랑에게 하트 뿅뿅하던 시절이었는데 나는 신랑에게 한 번 더 반하게 되었다. 나 진짜 결혼 잘했어..!     


 진짜로 그날 이후 우리 집 청소 담당은 신랑이 되었다. 청소를 자주 하지는 않지만 청소를 하면 청소기도 돌리고 물걸레질도 하고 먼지도 털고 어느 부분 하나 소홀하지 않게 신랑은 착실하게 청소를 해냈다. 청소 후 신랑의 얼굴을 볼 때면 알 수 없는 뿌듯함도 느껴졌는데 그럴 때마다 티가 하나도 안 났지만 “신랑 집에서 빛이나”라며 격려를 하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거기다 다행인 건 신랑이 청소를 좋아하는 거 같아 보였다.(무 야호!)     


 사람이란 게 적응의 동물이다. 갑자기 이 말을 왜 하느냐 하면 처음에는 나 대신 청소를 해주는 신랑에게 매번 감동해서 안마도 해주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청소는 당. 연. 히 신랑이 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 청소가 안 되어 있는 집을 보면 짜증이 났다.(이 불량주부야!!)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신랑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청소는 다시 나의 차지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불만은 쌓여만 갔다.     


“나 오늘 청소할 거야. 커피숍에 가 있어.” 평소 신랑이 청소하면 나는 집 밖에 나가 있었다. 신랑은 매일매일 청소를 하는 대신 1~2주일에 한 번에 몰아하는 편이기에 거의 대청소랑 비슷한 청소를 해왔는데 그렇기에 조그마한 집에 나까지 있으면 불편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날은 왠지 나가기 싫었다. 뭐 그리 대단한 걸 한다고 나까지 내쫓아? 불만이 쌓인 나는 그날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청소하는 신랑 옆에 얼쩡얼쩡 거렸다.     


 신랑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청소했다. 나는 여태껏 저렇게 땀을 흘려 청소를 하지 않았기에 신랑이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과 힘들어하는 모습에 갑자기 신랑이 안쓰러워졌다. 오랜만에 나는 신랑에게 격려의 말을 꺼냈다. “신랑 힘들지? 그래도 신랑은 청소 좋아하니까 힘내! 곧 깨끗해진 집이 짜잔 나타날 거야.” 나는 나름 따뜻한 목소리로 신랑에게 말했다. “난 청소 좋아한 적 없는데?” 신랑은 단호하게 말했다. “근데 왜 여태까지 혼자 다했어? 그렇게 싫어하는 거 같이 하자고 하면 되잖아?” “네가 싫어하니까. 나는 네가 싫어하는 거 하면서 힘들어하는 거 보기 싫어! 아픈 것도 싫고.. 넌 그냥 깨끗해진 집 보고 좋아만 하면 돼.!”     


나는 왜 신랑의 배려를 여태까지 몰랐던 것이었을까? 신랑 역시 청소가 싫었을 텐데 왜 나는 신랑은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일까? 깊은 반성과 함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이게 사랑이구나..! 신랑은 여전히 나를 사랑하는구나. 나는 오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해 주는 이 사람이게 반하고 있다. 신랑 사랑해 ♥     


 신랑을 보면서 나는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배운다. 사랑은 주기만 하면서도 행복할 수도 있고 남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신랑 오늘도 못난 나랑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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