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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J Mar 16. 2022

나의 금연 도전기

ep.10 금연 43일 차 – 담배 피우는 꿈을 꾸다니요?

몇 번 말했던 것 같은데 이번 금연은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담배 생각이 아예 안 나지는 않지만 금연을 실패한 옛날처럼 피우고 싶어 죽겠어!! 하루 종일 담배 생각만 나!! 이런 느낌이 없다. 가끔 나조차도 이 생경한 느낌에 놀라곤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날 금연을 시작한 신랑은 여전히 죽을 것 같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담배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고 아직도 부작용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린다. 그래도 아직까지 금연을 하고 있는 우리 신랑 대견하고 멋지다.     


저번 부부싸움 이후로 나는 너무 평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너무 평범해서 금연 일기를 못 쓰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하지만 원래 목표인 금연이 잘 이뤄지고 있으니 이것도 단점이라 할 순 없겠지..     


나는 이제 금단 현상도 많이 없어진 듯하다. 특히 예전에 말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기분도 많이 사라지고, 잠도 7~8시간만 자도 피로가 회복되는 것 같고, 먹는 걸 제외한 부작용도 거의 없어진 느낌이다. (먹는 것도 요즘 내가 운동을 해서 그 영향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래서 여전히 나는 어렵지 않게 노담 중이다.     


그래서 나는 어제도 평소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평소와 똑같이 잠에 들었다. 하지만 어이없는 꿈을 꾸고야 마는데.....     



고등학생인 나는 교복을 입고 친구(하지만 잠에서 깬 나는 이 친구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와 함께 화장실에 있었다. 둘은 뭐가 즐거운지 작은 일에도 까르르 까르르 웃어댔으며, (왜 굳이 화장실에서?)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친구는 품 안에서 담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나에게 권했다.      


[한 대 필래?]     


그 매혹적인 말을 듣고 어떻게 그냥 넘어갈 수 있겠는가? 나는 당연히 콜을 외쳤고 친구에게 담배를 받아 들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려는 순간 고등학생인 나는 머릿속에 신랑에게 걸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의식이 무의식을 잠식한 순간이다.) 그래서 담배 불을 붙이지 못하고 움찔움찔거렸다.     


[너 왜 그래?]

[피우면 안 될 것 같아]

[안 걸려]     


친구의 안 걸린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묘한 안도감이 들었고 드디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는 맛있었으나 나는 왠지 모르게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눈은 떠졌다. 뭐야 나 지금 담배 피운 꿈 꾼 거야? 인지가 되자 너무 어이가 없고 웃겨서 박장대소했다.     


괜찮다고 나는 금연을 엄청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의식이 무의식을 잠식했나 보다. 나도 모르는 내 무의식은 금연이 너무 힘든가 보다. 진짜 평생 내가 담배 피우는 꿈을 꾸게 될 줄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급기야 아오! 기왕 꿈꾼 거 꿈에서라도 담배 많이 피우고 깰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한 10분 동안 꿈에서 피운 담배 냄새(?) 나 연기 그 기억을 찾아 헤매었다는 건 안 비밀..


이렇게 말하니 담배 피우고 싶네....?     



그 순간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금연 잘 유지하시고 계시죠?]     


친절한 목소리 속에 무서운 칼날이 숨어있다. 내가 담배 피우고 싶다는 걸 눈치챘나 보다.  보건소에서 준 물건 중에 내 심리를 읽는 무엇인가 있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이번 주에 보건소에 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는다.


내일은 오랜만에 보건소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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