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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Oct 21. 2022

어쩌다 SW AI 교사(2)

아이들의 미래를 어루만지는 SW AI 수업

뭣이 중헌디... 뭣이 중한지도 모르면서


“기업이 트렌드를 읽는다고 해서 100% 성공할 수는 없지만 트렌드를 읽지 못하면 100% 실패는 보장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요즘 은 너무나 빠르게 세상은 변한다. MZ세대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에서도 이런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교사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다.“왜 굳이...”,“정말 해야 하나?”,“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이 중요한데...”벌써 이런 말들이 마음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교사인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 세상의 변화를 거부해도 거부할 수 없는 한 가지는 학생들의 마음이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과거와 똑같이 교과서 내용을 강의할 때 학생들의 반응은 과거와 같지 않다. 조금만 강의 내용이 흥미롭지 않으면 집중력을 잃고 자는 학생들이 참 많다. 심지어 우리 학교는 핸드폰 자율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그런 반응은 더욱 커져갔다. 수업시간에 몰래 핸드폰을 보거나 심지어 태블릿 PC로 영상을 보고 무선 이어폰을 끼고 딴 짓을 한다. 그래서 그런 행동에 대해 지적을 하면 그 학생은 “왜 그러느냐”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 나는 화를 내고 그 학생에게 많은 훈계를 한다. 그리고 모든 것이 학생 책임이라고, 학교 시스템 문제라고 남 탓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회피하곤 했다. 하루는 한 학생과 수업 끝나고 상담을 했다. 왜 수업을 듣지 않고 자는지 물어보았다. 그 학생의 대답은“그냥 듣기만 하는 수업이라서 재미없어서요... 그리고 그 수업이 실제로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어요”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교사로서 고민은 깊어갔다.    


AI 활용 수업 ?? 드루와, 드루와!


그런 고민 끝에 DNA 기반 e-PBL 창의교육 연수를 듣게 되었다. 처음 DNA 연수라고 해서 생물교사로서 생물 내용을 배우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Data, Network, AI의 약자인 DNA였다.^^; 즉 Data, Network, AI에 대한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D.N.A를 기반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방식(PBL)을 구상해보는 연수였다. 이 연수를 통해 데이터 수집/가공 및 시각화, 인공지능 활용 수업 등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인공지능 하면 파이썬 코딩을 잘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강했다. 그래서 결국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알아보다가 포기하곤 했다. 왜냐하면 나에게 인공지능에 대한 진입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연수를 통해 Orange3 라는 프로그램을 배우게 되었다. 코딩을 하지 않고 노코드로 데이터 시각화, 인공지능 학습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이거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공부하게 되었다.      


교사는 아이들의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이니까요


영화 “교실 안의 야크”에서 학교가 없는 산골에 초임교사가 부임되었는데 그때 한 어린 아이가 교사로서 방황하는 초임교사에게 건넨 말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아이들의 미래를 어루만지는 직업...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꿀까? 무엇을 상상할까? 무엇을 원할까? 이런 질문과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그 해답을 올해 들어온 과학동아리 학생들이 해주었다. 나는 생명공학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온 고2 학생들은 대부분 의료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으로 의료분야를 주제로 탐구하고 체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일반고의 여건상 의학 관련해서 실제적인 심화 실험을 할 수가 없었다. “주로 자사고, 특목고에서나 할 수 있는 의학 관련 활동을 일반고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어떻게 하면 일반고 학생들이 그리는 미래와 꿈을 꾸게 할 수 있을까?”고민하다 암세포와 관련해서 인공지능 학습을 통한 융합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동아리 융합수업을 구성하면서 먼저 사회 문화, 인공지능 기초, 생명과학I 교과서를 참고했다. 1차시 수업시간에 사회 문화 현상을 탐구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최근에 코로나 19로 인해 원격 의료가 발전하고 이에 따른 AI 기반 실시간 질병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있음을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또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로 알츠하이머를 조기 예측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치매 예측 AI를 국내 개발 중이라는 뉴스를 보여주고 활동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사인 “의료 AI”를 탐구하고자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빅카인즈 웹사이트를 활용해 의료 AI를 분석해보았다. 이 웹사이트는 무료이고 원하는 키워드만 입력하면 뉴스에 대한 워드 클라우드, 관계도 분석, 키워드 트렌드를 바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사이트라 유용했다. 학생들도 직접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키워드로 분석하면서 점차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PBL 수업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암진단 AI 공모전’이란 문제상황을 공지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암세포 CT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학습하고 성능평가한 후 암세포 CT 이미지를 스스로 진단하는 AI를 제작하고 영상을 찍어 제출하게 하였다.

그림1. 치매예측 AI 뉴스            그림2. 원격 의료  워드클라우드
그림3. 원격 의료  관계도 분석            그림4. 암진단 공모전

2차시 수업시간에는 생명과학I 교과서를 활용하여 세포분열의 원리와 암세포 발생에 대해 가르치고 학생들이 스스로 다양한 암 질병에 대해 찾아보고 그 내용을 패들렛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업로드하도록 하였다. 그 후에 여러 병원들에 전화로 문의해서 암세포 교육을 요청했고 대부분 코로나로 인해 할 수 없었지만 한 병원의 암교육을 담당하는 간호사분께서 교사의 열정을 보시고 토요일날 따로 개인 시간을 내주셔서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암교육을 해주셨다. 온라인으로 암교육이 진행되어서 처음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교육해주시는 간호사님께서 열정적으로 강의해주셨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생각보다 질문을 많이 해서 강의가 2시간이나 진행되었다. 선뜻 자신의 시간을 내셔서 교육해주신 간호사님께 감사했고 예상보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아서 감사했다.  

그림5. 암세포 원리
그림6.  암질병 치료 탐구활동   그림7. 온라인 암교육

3차시 수업때는 인공지능 기초 교과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데이터와 기계학습에 대해 가르쳤다. 정형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의 개념을 가르치고 직접 기상자료개방포털에 접속하여 우리나라 연도별 기온, 강수량, 폭염일수에 대한 공공 데이터를 수집하고 오렌지3 프로그램으로 데이터 시각화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은 공공데이터를 수집해서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였다.

그림8. 기상포털 공공데이터           그림9. 오렌지3 프로그램 활용

4-5차시 수업 때는 오렌지3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분류 모델과 성능 평가를 확인하고 구글 티처블 머신으로 AI 이미지 분류 활동을 하였다. 학생들은 실제로 인공지능이란 개념을 이해하는데 티처블 머신으로 이미지 분류 활동을 가장 흥미로워했고 재미있어했다. 티처블 머신은 이미지들을 분류해서 업로드만 하면 자동으로 AI 학습을 통해 카메라로 이미지를 분류해주는 웹사이트이다. 그래서 연습문제로 인터넷으로 검색 가능한 남자 연예인 3명의 얼굴 이미지를 이미지 크롤링 기술로 데이터를 다량으로 수집하였다. 데이터를 쉽게 수집하기 위해 구글 확장 프로그램인 ‘Fatkun’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단축키 하나로 자동으로 다량의 이미지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 연예인 3명의 이미지를 50개씩 다운받아 티처블 머신으로 업로드하고 학습시켰다. 그리고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면 어떤 연예인의 얼굴과 비슷한지 화면에 퍼센트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남학생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였다.     


6-9차시 수업때는 암진단 AI 공모전에 맞게 실제로 자신만의 암진단 AI를 제작하였다. 자신이 알고 싶은 암 4종류를 선정하고 암세포 CT 이미지를 이미지 크롤링으로 다량 수집하고 부족한 이미지는 개발자들이 활용하는 캐글사이트를 통해 수집하였다. 그리고 오렌지3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분류 모델과 성능 평가를 하였고 티처블 머신으로 4종류의 암세포 CT 이미지를 분류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IBM가 개발한 왓슨(AI)이 암진단을 해주는 것처럼 학생들도 자신만의 암진단 AI를 만들어보았다. 학생들은 분류 모델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인공신경망, SVM, 랜덤 포레스트 등의 학습 모델 개념을 인식할 수 있었다. 각자 선택한 암세포 CT 이미지를 AI로 실제로 잘 분류하고 진단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하는데 성공하면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진로분야에 AI, SW가 매우 큰 도움이 됨을 확인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진로분야로 진출하던 상관없이 미래사회에서는 AI, SW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그림10. 이미지 크롤링         그림11. AI 분류 모델 성능 평가
그림12. 티처블머신 진행             그림13. 암세포 이미지 진단 영상

10차시 수업 때는 AI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하여 AI에 업로드 시키는지에 따라 개발자가 원하는 결과도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하면서 AI가 과연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사회적 영향력, AI 윤리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토론 주제로 ‘자율주행차로 주행 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차주인가? 자율주행 AI를 만든 회사인가?’,‘인공지능 기반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포털의 추천 뉴스에 대해 편향성은 없는가?’ 등의 토론을 하였다. 대부분 암진단 AI를 제작하면서 어떤 데이터를 입력하는지에 따라 AI의 학습 정도가 달라지고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 AI 윤리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14. AI 윤리 주제 토론 활동

학생들에게 1학기 동아리 활동에 대해 물어보니 수업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AI가 항상 어려웠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직접 AI를 제작하고 활용하고 토론하니 매우 유익한 시간이였다.’등 다들 즐거워하였다.     


또한 1학기 동안 했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낀 학생들은 여름방학에는 교내에서 주최한 고교 대학 연계 프로그램을 신청하여 다양한 대학 수준의 강의를 들었다. 이렇게 1학기 동안 스스로 경험했던 활동이 각자 원하는 방향대로 더욱 확장되어갔다. 어떤 학생은 생명공학 강의를 들었고 다른 학생은 대학교에 있는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단백질 전기영동 분리 및 질량 분석 실험 그리고 의약품 제작 실험 등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학생은 KIST 연구소에 일하시는 연구원의 뇌과학 AI 수업을 듣기도 했다. 1학기 동안 동아리 활동으로 체험하고 탐구했던 것을 바탕으로 대학교에서 실험을 하고 심화 수준의 내용을 들으면 자신의 이해 수준을 확장해가는 학생들의 표정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실제로 대학교 실험 교육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실험에 참가했던 학교 학생 중 동아리 학생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특별히 칭찬해주셔서 지도교사로서 감사했던 시간이었다.

그림15. 생명과학 실험활동             그림16. 뇌과학 AI 수업 내용

뿐만 아니라 1학기 암세포 AI 탐구활동과 여름방학 때 배운 대학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동아리 학생들은 2학기 동아리 발표회 행사 때 AI 관련하여 친구나 후배들에게 직접 AI를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발표 및 활동을 자발적으로 구상 중이다.


행복을 찾아서


나는 무엇을 할 때 교사로서 행복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수업 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인 것 같다. 그리고 내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스스로 탐구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을 볼 때 과학교사로서 행복하다. 학기초만 해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을 AI·SW를 활용하여 수업을 진행할 때 아이들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질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역시 보람과 즐거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AI·SW 분야는 나에게 귀한 선물과도 같았다. 앞으로도 AI·SW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면서 아이들의 미래와 교사의 행복을 찾아가려고 한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교실 안에서, 수업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할 때 소소한 행복과 보람을 맛보는 것이 교사에게 주어진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맛본 행복들을 주변 선생님과 함께 나누면서 더불어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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