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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교사 Nov 14. 2022

어쩌다 SW AI 교사(4)

디지털 기반 독서 글쓰기 활동

서론 : 평소 고등학생들의 실질 문해력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보완하고 키워줄 수 있을지 생각해왔다. 정답은 이미 다들 알고 있듯이 독서를 하고 글쓰기는 활동인데.... 고등학생이 되면 1년에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 힘들 정도로 항상 분주하고 바쁘다. 그리고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독서는 그냥 입시 준비의 사치일 뿐이고 학생부 독서 현황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해버린 느낌이다.^^; 그런 학생들이 고3이 되었을 때 어떤 상황인지 다들 상상이 갈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나는 변화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즐겁고 유익하다는 것을 수업을 통해 발견하고 싶었다. 그래서 현재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어른들보다 높다는 것을 고려해서 디지털 기반 독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1. 고등학생들의 독서력 및 글쓰기 역량 조사 결과

일단 우리 반 학생 한 번이 주제 탐구 발표를 했는데 실질 문해력 조사를 하였다. 특히 독서력 및 글쓰기 역량을 조사했는데 1학기에 한 권의 책을 읽지 않은 학생들이 다수였다. 실질 문해력 조사(총15명) 결과 글을 읽을 때 대다수 학생들이 어려움을 호소하였고 글을 읽을 때 어렵게 느껴지는 요소로 1)글자 그대로만 읽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66.7%), 2)단어의 의미를 모를 경우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사고하고 글쓰는 수업에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2. 프로젝트 활동 개요

 수업시간에 비글호 항해기 책을 읽고 학생들이 원하는 단원을 선정하여 독서 발표를 진행한다. 독서 발표 이후에 책 내용을 좀 더 심화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패들렛 플랫폼 기능 중에 하나인 ‘지도 탐색’ 기능을 이용하여 비글호 항해 경로를 파악하고 각 지역에서 다윈이 관찰한 동·식물들에 대한 인터넷으로 관련 정보를 탐색한다. 그다음으로 빅 카인즈라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여 요즘 시대 뉴스 이슈에서 ‘진화’의 개념이 어떤 식으로 해석되고 활용되는지 분석한다. 이를 근거로 학생들끼리 진화론에 대해 온라인 토론을 진행한다. 또한 다윈이 핀치새의 부리 모양이 서로 다름을 통해 진화적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을 착안하여 AI 지도 학습으로 핀치새 부리 모양 이미지를 AI로 분류하는 창의적 산출물을 제작한다. 이 활동을 통해 구글 티처블 머신과 이미지 크롤링 기술을 배우고 인공지능의 기초적인 지식을 함양한다. 이렇게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탐색하고 분석하고 토론하고 관련 내용을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를 근거로 ‘자신만의 과학에세이’를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수업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를 진행해본다.      

3. 수업 결과

실제로 고3 진로 과목 수업 때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은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바라는 것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에서, 진로에서, 삶 속에서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 교육을 하다 보면, 주입식 강의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수업에서 점점 소외돼버린다. 소외된 아이들은 외로움에 점점 잠을 청하거나 반항적으로 딴짓을 하게 된다. 수업시간에 함께 참여하여 즐기고 기쁨을 경험하는 수업이 아니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리고 대다수는 관람객을 만든다. 그래서 점점 수업에서 배제되고 소외된다. 어쩔 수 없는 현실도 인정하지만 모든 수업을 그렇게 만들어버리면 공부를 잘하지 못한 학생들은 왜 학교에 나와야 하는지 필요성을 상실한 채 방황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학교 주변을 맴돌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자퇴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3 때 소외되고 방황하지 않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다 같이 참여하여 한 가지라도 알게 되고 재미있어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고3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수업이 다 마치고 설문조사를 했을 때 수업 만족도가 대부분 높았다. 처음 글을 써본 학생들도 있었고 책을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활동이 재미가 있고 보람이 있다는 학생의 평가를 보면서 담당 교사로서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학생들이 쓴 과학에세이  

제목 : 미디어의 진화는 우리가 선택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소식을 알기 위해서는 신문 같은 오프라인 매체에서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소셜 네트워크가 굉장히 발달한 지금 우리는 휴대폰으로 아주 쉽게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미디어 콘텐츠가 굉장히 발달하여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아있는데, 미디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환경이다. 기술의 발명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만든 것이 아닌 것처럼, 미디어는 인류의 역사만큼 나이를 먹었다. 몸짓과 언어, 이미지, 문자, 사진, 영화, 방송, SNS 등 미디어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고, 이렇게 인간이 진화하는 것만큼 미디어의 기술력도 같이 진화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는데 “과연 진화론이 이런 곳에서도 작용을 할까?” 이다. 일단 진화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진화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프랑스의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라는 생물학자가 주장한 용불용설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화론의 의견을 설립한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다. 다윈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의 의견이 틀리자 자연선택설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하였다. 쉽게 예를 들자면 만약 목이 긴 기린과 목이 길지 않은 기린이 있었다고 가정하자. 목이 긴 기린은 높이 있는 나뭇가지의 나뭇잎을 먹기 우월했지만 목이 짧은 기린은 높이 있는 나뭇잎을 먹기 쉽지 않았다. 나뭇잎을 먹기 쉬운 목이 긴 기린들은 나뭇잎을 독차지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영양상태도 좋아져 번식을 할 기회가 많아졌을 것이다. 그렇게 목이 긴 기린들의 개체수는 증가하고 목이 짧은 기린의 개체수는 줄어들어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목이 긴 기린들만 살아남는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은 좀 달랐는데. 똑같이 기린을 예로 들면 에너지 섭취를 위해 높은 가지에 있는 나뭇잎을 먹다 보니 목을 많이 써서 목이 점점 발달하고 그렇게 발달하다 보니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린의 형태를 띠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마르크의 진화설은 후천적으로 얻은 유전형질이 후손에게는 유전되지 않기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두 진화론이 있는데, 나는 찰스의 진화론을 미디어 기술의 발달에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미디어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소통의 도구이자 환경이다. 내가 더 태어나기도 전의 시대 때는 오로지 글과 그림같이 아날로그의 방식으로 소통하거나 여가 시간을 즐겨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리함을 추구했고, 그 결과 ‘미디어’라는 매체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탄생에 자연선택설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자연선택설은 환경에 적합한 변이체는 보존되고, 불리한 변이체는 도태된다는 이론인데, 소통의 매체가 진화하게 된 계기가 사람들이 편리한 환경을 추구하고 효율적인 수단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나타난 것이고,  우리는 미디어 매체, 소통의 매체의 진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유튜브 같은 미디어 매체로 정보를 찾아보거나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많다. 미디어는 인간과 같이 오랜 시간 지내온 결과 같이 진화하게 되었고, 그 결과 우리가 지금 아주 흔하게 즐기고 있는 유튜브처럼의 미디어 콘텐츠까지 진화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윈의 진화론은 생명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미디어 콘텐츠의 발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처럼, 다양한 관점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느꼈다. 앞으로 미디어 콘텐츠들이 꾸준히 환경에 맞게 진화했으면 좋겠다.


- 학생들의 수업 평가 내용 발췌 -

학생1 : 처음에는 정형화된 교과 수업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조사하고, 자신의 의견을 글로써 피력하고,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코딩도 해보는 최고의 교과수업이었습니다. 2학년 때 과학사 선택한 제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졌어요. 책을 읽기 싫어하는데 예전보다 더 잘 읽게 되었어요     


학생2 : 다른 수업과는 차별된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고 많은 글쓰기와 발표를 통해 모르는 단어나 개념을 내가 스스로 배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3 : 이미지 크롤링 기술, AI 지도 학습 기술을 체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한 스스로 책을 읽고 발표하고 활동하고 글을 쓰면서 이런 부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내 사고력이 많이 성장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학생4 :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수업에서는 진행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새로워서 좋았고 무엇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내가 그 주제에 대해 조사하고 내 방식대로 이해하고 내가 이해한 대로 에세이를 쓰다 보니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알겠고 글이 좀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었고 다양한 탐구 활동을 하다 보니 수업시간 내내 즐거운 수업을 할 수 있었다.


결론 : 이런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이 전달되면서 이 수업을 계획하고 진행한 나에게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아 안돼!! 라고 선입견을 갖지 않고 아이들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잠재력이 크고 대단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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