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 뇌가 어떤 식으로 지각하고 인지하는지 탐구하곤 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모으고 공부해서 고1-3학년을 대상으로 방과 후 수업으로 “인지과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고등학교의 방과 후 수업은 보통 교과 이론수업이나 문제풀이 수업이 대부분인데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해주지 못했고 고민 끝에 좀 더 다양하고 융합적인 방과후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일단, 인지의 개념, 인지심리학, 신경생물학, 정보처리 이론, 인공지능의 기본개념 등에 대해 이론 수업을 진행하였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학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다가 뇌파 측정 실험을 계획하게 되었다. 뇌파 측정기기를 구매하여 아이들의 우울 정도, 주의집중력, 몰입력, 스트레스, 불안, 짜증 정도를 뇌파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방과후 수업은 만족스러웠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우울, 스트레스, 불안 등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미술작품과 클래식 음악이 그런 정서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떠올라 정말 그러한지 검증실험을 하게 되었다. 원래 미술 수업과 생명과학 수업의 융합 수업으로 하려고 계획하였으나 진도상의 문제로 결국 우리 과학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실험을 하게 되었다.
1. 실험 뇌파 측정기기 : 뉴로 메디라는 측정기기이고 뇌파의 주파수에 따라 정서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뉴로 메디(뇌파 측정기)
주파수에 따른 정서 상태 측정
2. 실험설계 : 뇌과학과 미술-음악 분야의 융합수업으로 진행하였고 시각과 청각자극에 대한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전두엽에 부착하는 2 채널 뇌파 측정기(뉴로메디)와 측정 소프트웨어(TeleScan)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우울, 주의집중력, 불안/스트레스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두엽에 부착하는 2채널 뇌파 측정기(뉴로메디)와 측정 소프트웨어(TeleScan)을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하고 미술작품과 클래식 음악의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사전/사후 검사로 확인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1) 미술작품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감상평과 2) 시각, 청각자극에 대한 내 몸이 반응하는 생물학적 뇌파 분석 결과를 비교해보았다.
미술작품, 클래식 음악에 따른 뇌파 분석 징면
몬드리안 차가운 추상화, 칸딘스키 뜨거운 추상화
이 수업을 통한 기대효과는 학생들의 4C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이었다. 첫째, 다양한 미술작품,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주관적 감정과 뇌파측정기를 통해 나타나는 객관적 생체반응을 비교하면서 기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내 감정과 정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사고하는 역량을 키우고자 했다. 둘째, 미술/음악 분야와 생명과학 분야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함께 경험하고 융합함으로써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고자 했다. 셋째,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미술 작품과 클래식 음악을 경험하면서 서로 어떻게 느꼈는지 팀별로 토론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고자 했다.
3. 실험 결과 : 첫째로, 뇌파 측정을 하면서 학생 중에 알파파(우울 정도), 하이 베타파(불안/스트레스) 수치가 또래 친구들보다 너무 나빴던 고2 동아리 학생이 한 명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 되어 그 학생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그 학생은 요즘 성적이 떨어지는 부분으로 고민이 많았고 어머니와 성적문제로 큰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 부모님께 연락을 해서 학생의 상태에 대해 말씀드리고 부모님이 학생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게 되었고 그 이후에 부모, 학생과의 관계를 호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연히 뇌파 측정이라는 SW 수업으로 인해 교사로서 학생의 정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고 학부모 상담 및 교사와 학생 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 동아리 수업은 학생들이 흥미를 느껴서 자발적으로 참여하였기 때문에 자유롭고 적극적인 분위기에서 운영되었다. 그래서 좀 더 학생들과 깊은 신뢰와 소통 가운데 진행되었다. 평소 미술작품에 관심이 없었던 학생들도 뇌파 측정과 연결하여 설명하니 더 집중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설명을 듣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뇌파 측정을 할 때 옆에 있는 친구가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뇌파 그래프의 파동이 흔들리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신기해했고 뇌파 측정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측정 결과 경쾌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우울, 불안 수치가 낮아지면서 정서적 안정을 보였고 장송곡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우울, 불안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며 뇌파와 정서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또한 몬드리안과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보면서 정서적인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차가운 추상화와 따뜻한 추상화’에 대한 설명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로, 이런 활동으로 이과 성향의 학생들에게는 미술작품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었고 문과 성향의 학생들에게 뇌파 실습을 통해 뇌과학과 생명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 수 있었다. 이 활동을 통해 내가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것과 다르게 뇌파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진로를 생명과학이나 뇌인지공학 쪽으로 결정한 학생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결론 : 창의융합수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이들과 더 탐구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과와 문과 성향의 아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수업 현장이 더욱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탐험하고 알아가는 즐거움은 과정 자체로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