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물을 ‘도구’라 부르며 지배한다고 믿지만, 실상 사물은 인간의 가식과 본능이 교차하는 지점을 가장 냉정하게 기록하는 ‘무기한 감시카메라’다.
변기는 '사회적 인간'이라는 외투를 벗어던진 당신의 처절하고 비루한 민낯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입술을 가린 마스크는 ‘방역’이라는 핑계 뒤로 비겁하게 숨어버린 우리의 무표정한 진심을 읽어냈고, 7cm 높이의 하이힐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관절을 제물로 바치는 인간의 처절한 허영을 비웃었다.
테이블 위에서 거드름을 피우던 자동차 키는 할부금에 시달리면서도 부러움을 사고 싶어 하는 빈곤한 자존감을 폭로했으며, 마지막으로 밤마다 우리를 유혹하던 배달 앱은 '최소 주문 금액'이라는 인질극에 굴복하며 외로운 허기를 채우는 서글픈 풍경을 박제했다.
결국 인간의 이중성은 사물이라는 거울을 통해 비로소 투명해진다. 우리가 사물에 집착하고 그것을 내보이는 이유는,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는 나의 가치를 무생물의 권위라도 빌려 채우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의미]
당신이 오늘 손에 쥔 사물들이 당신의 품격을 완성해준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그것들은 당신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시각적 보형물’일 뿐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사물들을 제자리에 내려놓을 때, 잠시 거울 속의 민낯을 마주해 보세요. 화려한 차 키도, 높은 구두도, 얼굴을 가린 마스크도 없이 홀로 남겨진 당신이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웃고 있는지, 아니면 사물들이 떠난 빈자리에 공허함만 덩그러니 남았는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