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듣겠다는 딸

동물의 마음을 들어주겠다는 아이의 마음

by 뚝이샘

우리 딸의 첫 번째 꿈은 수의사였다.

“엄마, 내가 수의사가 될 사람인데,
강아지는 당연히 가족이어야 하지 않아?”



그 한마디에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나도
결국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곧 귀여운 토이푸들이 가족이 되었다.


딸은 강아지 밥 주기, 산책, 목욕까지

모두 스스로 도맡았다.
마치 꿈을 향한 작은 연습처럼
정성스럽게 강아지를 돌보았다.


그러다 발레를 시작했다.
수의사의 꿈은 잠시 멈추었고,
돌봄은 우리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 여러 사정으로

그렇게 사랑하던 발레도 잠시 멈추게 되었고,

딸은 잠시 방황했다.


“엄마, 나 이제 하고 싶은 것이 없어.”
그 말이 참 안쓰러웠지만
나는 그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텅 빈 시간을 견뎌내야 다시 진짜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느 날,
늘 가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딸이 말했다.

“엄마, 나 다시 수의사 되고 싶어.”


그때 생각났다.
딸은 어릴 적부터 수의학 책을 펼쳐보고,
궁금한 것을 꼼꼼히 적어 두었다가
병원 갈 때마다 물어보던 아이였다.

수의사 선생님도 늘 말씀하셨다.

우리 딸 하고 동물 이야기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이 아이는 꼭 수의사가 되면 좋겠어요.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아이네요.”



딸은 말했다.

“엄마, 의사 선생님은 사람을 사랑하겠지.
그런데 수의사는 그 누구보다
동물을 더 사랑해야 하는 것 같아.

동물은 자기 마음을 말할 수 없으니까.
내가 그 마음을 잘 들어줘야 해.
그래서 다시 수의사가 되고 싶어.”



그리고 덧붙였다.
“엄마, 나는 우리 또또 마음이 들려.

우리 또또를 위해 내가 수의사가 되어야겠어.
또또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해.”


그 진심 어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날 밤, 딸은 남편에게 이야기했고...

남편은 갑자기 반려견을 높이 부르며
장난스럽게 인사했다.

“또또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딸이 수의사가 된다니
제가 잘 모셔야겠네요.”


웃음 속에 울컥함이 섞여 흘렀다.

치열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했을 아이.

그렇게 사랑하는 발레를 그만두고 공허했을 아이.



나는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딸, 네가 살아갈 세상은 엄청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거야.
하나의 직업만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재미없지.

발레 하는 수의사도 멋지고~^^


꼭 직업의 이름이 아니더라도
네가 웃으며 할 수 있는 일은 하나가 아니란다.

그러니 네가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일을~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진심으로 해보자.”



엄마는 늘 네 꿈을 응원한다.
너의 진심이 자라는 모든 순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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