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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멋이없는건안해 Nov 10. 2023

차조심 사주로 모빌리티에서 일하기란

젝일슨! 미리 알았더라면 이 업계에 발조차 담그지 않았을텐데요...

내 사주교수님은 돌팔이가 아니시기 때문에 "물조심-불조심-차조심" 이런 선무당 같은 말씀을 하신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도 하실 분은 아니시긴 한데... 분명히 내 사주팔자 어딘가에는 "차조심" 팔자가 있음을 느낌적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차와 관련해서는 롱 히스토리가 있고 롱 히스토리의 시작은 바로 울엄마. 울엄마는 별명이 '전국구'일 정도로 대한민국을 내 집 앞마당인 것처럼 기동성 있게 놀러 다니셨다. 그것도 자차가 아닌 친구차로, 친구들을 운전기사로 부려가면서 말이다.


"딸, 나 정말 용감한데 이상하게 운전은 정말 무섭다." 라시며 돌아가실 때까지 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끝끝내 두려워하셨고, "내가 못한 운전 너라도 꼭 해라!" 하실 법도 한데 차량구입을 고민하는 어떤 인생 선택의 순간 순간마다 엄마는 내가 '결국 차를 사지 않음'을 선택하게끔 유도하셨다.


그러나 매아이러니하게 내 첫 회사는 삼각별이 빛나는 독일 수입차 브랜드 벤쯔, 그것도 Sales & Marketing. 나는 운전을 거부할 수 없게 되고야 말았다.

                                                                        

로고를 한번 넣어보았다...

일단 면허부터 따는게 큰 관건이었더랬다. 옆팀 입사동기와 함께 운전학원을 등록하고 몇 차례 코스연습을 자신감 있게 마친 후 도로주행을 나간 첫 날! 도로주행 시작하고 5분쯤 되었나? 옆에 오는 트럭이 너무 무서워 본능적으로 핸들을 꺾어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났고 강사의 어마어마한 호통소리에 난 길에서 얼어버리고야 말았다. 엄마의 DNA를 가진 난 묻고 따질 것도 없는 어마어마한 '운전치'였던 것.


운전면허취득에 도전하던 그 해 여름은 유독 비가 자주 왔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으로 시험 보러 가는 나를 팀이, 아니 회사 모두가 응원해주셨더랬다. 그런데 왜 매일 가야 했냐고? 매일 떨어져서 매일 재도전을 이어나갔으니까...


면허를 필수로 따야 하는 회사가 아니었더라면 면허증 갖기를 아마 포기했을 것 같다. 5번? 6번? 떨어지고나서야 비로소 나도 면허증이라는 것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이후 운전을 제대로 한 적은 없다. 지금까지. 20년간. .

업계를 어케든 탈출하려고 해 봤는데 모빌리티는 운명인가? 벤츠 이후 현대차그룹사로 이직을 했더랬고,

얘도 로고 한번 넣어보았다...

이후 근 20년 돌고 돌고 돌아... 어쩌다 보니 지금은 모빌리티 스타트업에 있. 운전은 면허를 딴 2006년 이후 단.한.번.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임원이 되고 회사차량이 배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익스큐즈를 만들어가며 지금 나는 차일피일 운전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어떻게든 끈질기게 장롱면허로 버텨오는 주제에도 20년간 이 모빌리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텐데... 요즘은  내 사주에 차가 있나? 이런 묘한 생각이 든다.


차로 흥할 사주인지 차로 망할 사주인지 음양과 오행, 사주와 팔자, 천간과 지지 명리학을 더 열심히 파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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