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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을 아는 사슴 Jul 26. 2023

자력구제기

8. 1133

일은 일. 삶은 삶. 이 생각을 놓치며 살고 싶지 않다. 이 생각을 놓치고 일은 삶, 삶은 일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끊임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일일삶삶이 되어야 일도 사랑할 수 있고 삶도 사랑할 수 있다. 사랑한다면 둘 다 사랑하게 되고, 미워한다면 둘 다 미워하게 되어버리는 것이 이 둘의 관계이다.

나의 자아는 여러 군데에서 찾을 수 있다. 간호사로서 내가 전부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배역을 부여받는 배우처럼, 하루의 8시간은 간호사'역'을 맡고, 한두 시간은 '딸', '손녀', '동생'역을 맡는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나는 본능'역'을 충실히 수행하기도 한다. 어떠한 배역이 아닌 본연의 나로서 존재하는 시간은 몇 시간인지 생각해 본다. 나는 나로서 어떤 연기를 펼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영화를 마구 소비하는 나는 잘 알고 있지만, 한 영화 안에서 역할이 등장하는 절대적인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신 스틸러가 극의 전반을 좌우하기도 하고, 명대사를 곧잘 탄생시키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자전거 탄 농부 아저씨 1 역할이 무심결에 던진 대사 한 마디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생각한다. 일은 일. 삶은 삶. 이 경계를 지켜가자고 더 다짐하게 된다. 지금 내 영화가 상업영화이든 독립영화이든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병원에서 일하는 나이므로,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에 매몰되지도 않겠다. 쉽게 적힌 한 줄이지만 얼마나 어려울지 감히 예상도 잘 가지 않지만, 매몰되지 않겠다.

어디에 있거나 자기가 마음먹기 나름이다. 사람은 그렇게 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자세를 배우면 된다.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자세를 배우지 않으면 된다. 어떤 것을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내가 주체가 되면 나쁜 사람에게도 큰 데미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무심코 흘러간 말투 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상한다. 하지만 그 말투를 내가 받지 않으면 그 썩은 말은 그 사람의 입에서만 맴도는 것이 된다. 그런 마음을 여기면 된다. 그 모든 선택권은 내가 가지고 있다.

그런 마음을 올해에는 더 생각해 두어야겠다.

나의 구원지가 일은 아니며, 나의 구원자가 타인도 아니다. 나의 구원자는 나이고, 나와 너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이, 외모, 금전, 경험 등등의 구애를 받지 않고 싶다.

배움에 겁내지 않고, 순수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싶다. 새로운 맛, 음악, 영화, 책, 운동 또 그 등등 새로운 것이라면 충동적이게도 뛰어들고 싶다.

그래도 될까?

그렇고말고. 너는 네 몸과 마음의 유일하고 절대적인 주인이야.

happy new yea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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