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드디어 선을 그었다.(feat. 원씽)
모든 것을 안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모르고 넘어갔으면 좋았을 일들도 많다.
어제 나는 듣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말들을 몇 시간 동안 들었다. 하소연인지, 편을 들어 달라는 건지 모를 이야기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앉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피로해졌다.
이야기 속에는 나와 관련된 일들도, 그 사람의 가족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크게 보면 나와 연결된 문제 같기도 했지만, 작고 가볍게 보면 ‘그게 뭐 어때서?’ 싶은 일들이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이고, 그렇다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라는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1년에 한두 번 있는 술자리였다. 평소에 나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맛있는 음식이나 먹으며 쉬고 싶었다.
1차는 대패삼겹살, 2차는 바닷가에서 회.
나는 맥주만 가볍게 마셨고, 그는 소주를 계속 마셨다. 술병을 떨어뜨려 두 병이나 깨뜨렸는데도 계속 술을 시켰다.
나는 내면 깊숙이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블로그 포스팅도 하고 싶고, 밀린 책도 읽고 싶었다.
그 자리는 소모적이었고, 불편했고,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무엇보다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달랐을 것이다.
해결사라도 된 듯이 나섰겠지.
극단적인 말을 하는 그를 붙잡고 ‘그러면 안 된다’고 설득하고, 온갖 조언을 늘어놓으며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번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들의 인생이었고, 설령 나와 관련되었다 해도 당장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끝난 일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일, 오늘 내가 해야 할 ‘원씽’이 더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들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내가 해결할 문제도 아니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변해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상대에게 전화해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묻고, 서로 상담하느라 두 시간은 보냈을 것이다.
이제는 아니다.
내가 관여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오히려 더 꼬일 수도 있다.
결국 나는 3차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하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 씻고 누우니 새벽 다섯 시. 늦게 잤지만 푹 자고 일어났다. 머리도 아프지 않고, 들었던 이야기들도 머릿속을 괴롭히지 않았다.
아마 철저히 ‘분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나는 늘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나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관련 없는 일에도 오지랖을 부리며 끼어들었고, 해결해보겠다고 뛰어들었다.
그런데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달랐다.
불필요한 일들에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었고, 나에게로 돌아왔다.
오늘 나는 그저 피곤한 몸을 일으켜 커피를 한 잔 사 마시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싶었다. 밀린 책들도, 다시 대출해온 책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식곤증에 잠시 엎드려 자고, 지인을 만나 환기하고, 다시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꿈을 향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정진하고 싶다.
그게 내 행복이다. 내 중심이다.
듣지 않아도 될 일들은 여전히 해결의 기미도 없이 그대로 있다. 그러나 나는 일부러 파헤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원씽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성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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