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많으면 장땡인 이유
플랫폼은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두 집단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입니다. (플랫폼의 기본 정의, 요건이 알고 싶으시다면 1편을 참고해 주세요 : 플랫폼이 대체 뭔데? (brunch.co.kr)) 그리고 그 연결고리에서 플랫폼만의 고유한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가치’라고 말하니, 꽤나 추상적이게 들리네요. 한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플랫폼의 가치 = 플랫폼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
플랫폼 기업하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에어비앤비 (Airbnb)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에어비앤비의 작동 원리를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을 사용함으로써 호스트는 자신의 남는 공간을 빌려주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게스트는 합리적인 조건에 맞는 숙박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두 양면시장의 니즈를 연결 지음으로써 에어비앤비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그것이 곧 에어비엔비의 고유한 가치가 됩니다.
따라서 가치를 가지지 않는 플랫폼은 만들어지기도 어려울뿐더러, 만들어진다 해도 유지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고유한 플랫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게 당연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이제 플랫폼의 가치는 사용자로부터 온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사용자가 없으면 플랫폼도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 플랫폼의 가치는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와 게스트가 늘어나면, 예약할 수 있는 객실의 수가 더더욱 많아져 에어비앤비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가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요!
그리고 이런 사용자가 사람을 끌어들여, 플랫폼의 가치가 성장하는 현상을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효과는 다른 산업들과 구별되는 플랫폼 산업만의 꽤 독특한 특징도 보여주는데, 바로 Input 대비 Output이 “비약적”으로 커진다는 점이에요.
사용자의 수에 따른 가치 변화를 보여주는 ‘가치 상승 곡선 (value creation curve)’을 한번 살펴봅시다. 전통적인 산업의 value creation curve는 소비자 수가 증가에 따라 처음에는 가치가 상승하다가, 이내 완만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고의 효율을 지나고 나면, 아무리 사용자가 더 늘어난다고 해도 더 이상 가치 상승에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value creation curve는 이와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소비자의 수가 늘어나면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높은 가치의 플랫폼은 또 사용자를 끌어들이게 되고, 또 많은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겠죠. 성공적인 플랫폼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선순환의 끝에는 ‘독점’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장의 사용자들을 미친 듯이 끌어당긴다는 것은, 같은 고객을 상대하고 있는 경쟁기업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독점적인 거대 플랫폼,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죠. 우리가 검색엔진으로는 네이버, 메신저로는 카카오, 배달 앱으로는 배달의민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결국, 사용자가 많으면 장땡이다
플랫폼에서 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수확 체증 효과는 어떤 것인지, 왜 플랫폼에는 독점기업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플랫폼의 네트워크효과에 대해 한 줄로 정리해야 한다면, 저는 ‘사용자가 많으면 장땡’인 효과라고 정의할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이 많아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있습니다. 너무 많은 사용자들은 사용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어 어려움을 겪게 하기도 합니다. 플랫폼 기업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끊임없이 파악하고,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플랫폼은 사용자가 전부입니다.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플랫폼의 존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에요. 네트워크 효과가 그 어떤 브랜딩과 마케팅보다 강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