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보다는 성과를 내는 활동이 훨씬 좋아서, 대학교를 다니면서 대외활동을 늘 병행했다. 20살 때 시작했던 문화기획 동아리부터, 24살에 끝냈던 창업 동아리까지. 돌아보면 참 바빴다. 그리고 바빴던 만큼 다양한 위치에 있어봤고, 많은 사람들과 호흡해 볼 수 있었다. 20살 막내부터 23살 리더까지.
누군가는 동아리 수준에서의 리더 경험은 아무 쓸모도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래도 사회에서의 조직과 많은 차이를 보이기도 하고, 안 해도 그만인 소꿉장난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내가 경험해 본 결과, 정말 많은 친구들이 책임감을 갖고 기꺼이 자신을 갈아 넣고 있었다.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준 창업동아리 Enactus
그리고 결론적으로, 나도 참 힘들었다. 23살이 되어서야 처음 맡아본 리더는 생각보다는 쉽지가 않았다. 많이 지쳤고, 배웠고,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꾸준히 기록을 남긴 나 자신에게 감사하며, 그때의 경험을 한번 다시 돌아보면서 기록해 보고자 한다.
나는 돈을 줄 수도 없다. 동기부여는 대체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2020.09 다이어리 발췌
대부분의 동아리는 영리 단체가 아니다. 즉, 받은 만큼 일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기부여라는 측면은 너무나도 중요하고, 간절한 부분이다.
보통 팀원들의 동기부여는 동아리에서 얻어 가고 싶은 것에 달려있기 때문에 그 니즈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중요하다. 나의 경우, 목적이 비교적 분명한 창업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팀원들이 참여하게 된 계기가 미묘하게 달랐다. 누군가는 '스펙을 쌓기 위해' 였으며, 누군가는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해'였다.
팀의 목적과 방향성을 결정해야 하는 나는 일단 두 쪽의 입장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다분히 노력했다. 그리고 역시나 결국 한계에 계속 부딪히게 됐고, 마음의 짐은 계속 쌓여만 갔다.
리더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람이 아니더라
나는 '완벽한 리더'가 되고 싶었다. 팀원들을 하나하나 책임지고 싶었고, 그들에게 동아리 활동의 의미를 찾아주고 싶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동아리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쉽게 팀을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이 항상 앞서서, 공적인 영역 이외에도 많은 부분을 책임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 답은 간단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완벽'의 기준을 세우는 것조차 주관적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있는 리더상은 누군가에겐 최고의 리더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리더가 되어서야 진심으로 깨달았던 것 같다.
솔직한 선에서 목표 설정하기
그렇다면 동아리 수준에서의 동기부여는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결국 그 해답을 목표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찾았다. 팀원들의 자발성이 전부인 동아리는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 안에 팀원들의 허심탄회한 의견들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합의가 얼마나 되었는지, 동아리의 취지와 맞는지에 따라 팀원들의 몰입도가 결정된다. (만약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팀원이 있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계속 상기시킬 수 있다면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 동아리에서의 리더는 목표 이후의 수단과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솔직한' 선에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말이다. 리더가 가지고 있는 우선순위와 팀원들의 우선순위는 같기가 힘들다. 게다가 동아리라는 특성상 학업, 알바, 다른 대외활동 등을 겸업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특성이 도드라진다. 그들에게 내가 이끄는 활동이 1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 당연한 것을 깨닫지 못하면 계속해서 팀원들에 대한 기대치는 올라가고, 당연하게도 실망감은 커질 것이다. 이는 팀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매우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된다.
그래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해보는 것
사실 리더로서 활동하면서, '팀원들이 동아리를 생각하는 정도로만 나도 생각하면 그만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기도 했다. 사실 이것도 틀린 생각이 아니다. 나 또한 그들처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에 따라 적당히만 기여해도 상관없다. 영리적 보상을 못 받는 것은 리더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리더로서 최선을 다해봤다는 경험은 정말 많은 것을 남긴다. 모두가 알고 있듯, 어떤 경험이든 경험치는 남는다. 그리고 20대의 초반에 해당하는 나이에 작은 팀이라도 이끌어본 경험은 생각보다 흔치 않으며, 인간관계에서의 통찰력을 어느 정도 키워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일이 진전되는 것은 보이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어려운 일이 닥치는 것 같다.
2019. 12 다이어리 발췌
1년 가까이 창업동아리에서 리더를 맡아보면서 느낀 점은 '그래도 쉽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매 순간 많이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잠깐 동안은 삶에서 동아리라는 것을 분리시키지 못하기도 했다. '동아리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냐.'라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흔히 말하는 <번아웃>이라는 상태도 겪어봤고, 오랫동안 진전이 없다고 느껴질 때는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학생활 중 가장 많이 남는 경험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자의든 타의든 리더를 맡게 됐다면, 망설이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나 자신을 갈아 넣어보는 경험은 결국 필요한 때에 자신감으로 나타나게 되어있다.
PS : 동아리라도 최선을 다하는 어린 리더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잘 하고 있고, 잘 할 수 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