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트리밍 시장에 대한 고찰을 통한 실패 원인 분석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나뉜다. 기존의 음반 중심 시장에서 스트리밍 중심 시장으로 바뀌게 된 이유는 IT 기술과 같은 혁신적 기술의 발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소유’에서 ‘접근’으로 변화한 것에서 가장 잘 찾아볼 수 있다.
즉, 이전엔 음반을 구매해야 했지만 이제는 원하는 음악을 찾아서 접속하기만 하면, 소유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해외에서는 끝내주는 점유율인데, 한국에선 왜?
이러한 이유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급격하게 성장을 하기 시작하여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레드 등의 스트리밍 플랫폼들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중 해외 시장 스트리밍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국내의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점유율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고 있는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의 실패 원인 및 전망에 대해 분석해보자.
애플뮤직은 2016년 국내 시장에서 처음 상륙하였으나 지금 애플뮤직의 시장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애플 기기와의 호환성이 아주 매력적인 서비스라, 기존 애플 유저들이 충분했던 한국에서의 실패는 다소 의아하긴 하다. 한국에서 애플뮤직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처음부터 시작했던 애플 뮤직은, 당시나 지금이나 국내를 꽉 잡고 있었던 스트리밍 서비스의 ‘인기 차트’ 방식과 차별화되었지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랜 시간 ‘최신 음악’과 ‘인기 차트’에 익숙했던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또한 맞춤형 플레이리스트를 위한 음원 확보조차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큐레이션의 장점을 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맞았다.
*큐레이션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목적에 따라 가치 있게 구성하고 배포하는 일.
여기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해주는 기능을 뜻한다
애플은 당시에 장악하고 있던 국내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보다 비싼 요금제를 제시했다. 낯선 차트에도 거부감을 일으켰을 수도 있는데, 가격도 비싸니 소비자들의 서비스 진입 장벽은 더욱 높게 느껴졌을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비교적 최근 (2021년 2월) 국내 시장 진출을 확정하였다. 스포티파이의 실패 원인을 애플뮤직의 실패 원인과 비교해 분석한다면, 아래와 같다.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 서비스는 AI 기반으로 아주 높은 호감도를 사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5년 전과 다르게 많은 국내의 스트리밍 서비스들도 큐레이션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이는 더 이상 스포티파이만의 강점이라고 보기 어려워졌다.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유튜브를 보았을 때, 더 이상 사람들이 음악만을 위한 서비스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스포티파이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주요 니즈를 잘 충족시켰던 스포티파이의 무료 음악 감상 서비스는 초반의 플랫폼이 진입할 때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나, 국내에서 스포티파이는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았다.
가장 핵심이었던 무료로 음악을 감상하는 선택지가 있다는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에 해당되는 부분을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요금 자체도 11,990으로 국내 주요 플랫폼들의 이용 요금보다도 비싸다.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여기서는 '플랫폼을 이용하는 그룹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주는지'를 뜻한다.
추가적인 insight
국내 음원 시장은 부동의 1위인 멜론을 필두로 굉장히 안정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물론 최근은 유튜브 뮤직의 성장으로 새로운 위협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내 음원 시장만의 특이한 점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거대 통신사와 플랫폼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같은 기기로도 앱을 새로 깔아서 가입하면 되는 용이성 때문에 플랫폼의 전환 비용 자체는 크게 높지 않아 보일 수 있으나, 이미 여러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고객들은 혜택을 전부 포기할 만큼의 니즈는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통신사의 특성상 가족 단위로도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에서도 쉬운 전환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음원 플랫폼도 ‘가치단위’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잘 정의하고 모으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했을 때의 최근의 스트리밍 플랫폼의 가치단위는 ‘DIY (Do it yourself) 음원 리스트’인 것 같다.
즉, 이제 나만의 맞춤형 리스트를 외부 네트워크에 확산시킬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음원 산업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집단이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이고, 자신만의 음악 리스트는 충분히 바이럴 요소로 쓰일 수 있다. 공고한 국내 음원 시장에 도약하기 위해선 현재 가치단위를 만들어내고 있는 소비자들을 잘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심리적으로도 잘 분석하고 전략에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가치단위
플랫폼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아이템을 '가치 단위(value unit)'라고 부른다.
예시로 틱톡(TikTok)의 경우는, 사람들이 생산하고 공유하는 15초짜리 숏 비디오가 가치단위이다.
계속되는 스포티파이의 도전이
그래도 조금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이번 분석을 통해 플랫폼의 본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본질은 역시 플랫폼이란 세분화된 고객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애플뮤직이 국내 시장에 진입했을 시기의 고객과 현재의 고객의 특성이 다른 것처럼, 세분화된 고객은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연하게 고객을 파악할 줄 알고 그에 맞는 브랜딩을 해야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스포티파이의 동향을 살펴볼 때, 스포티파이는 끊임없는 도전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5개월 동안 애플 워치 지원 서비스, 데스크톱 앱, 페이스북 미니플레이어, 그리고 개인의 경험을 더 강화한 서비스인 ‘온리유’,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가치단위로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블렌드’ 기능 등 쉬지 않고 소비자의 니즈를 구체화하는 노력을 해왔다.
물론 현재까지는 파악하고 있는 것이 ‘점유율’이기 때문에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러한 본질을 파악하고 혁신해가고자 하는 꾸준한 노력들은 분명히 희망적인 전망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같은 경쟁 플랫폼들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서비스의 선택지와 좋은 질을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스포티파이의 희망적인 미래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