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_양귀자
일란성쌍생아인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를 ‘모순’ 그 자체를 표현해 주는 매개체로 활용한 작가의 의도에 걸맞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와 이모의 삶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는 마치 서로 같은 운명을 지닌 듯이 같은 날 일란성쌍생아로 태어나 같은 날 결혼식을 올린다. 둘의 운명이 갈리기 시작한 것은 결정적으로 이때부터였다. 안진진의 어머니는 무능력한 남편을 갖게 된 것, 불운한 삶을 살게 된 것, 결혼 이후의 삶 모든 것은 한 끗 차이로 이모와 운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라고 한탄한다. 그때 이모가 어머니에게 결혼 상대를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이 불행을 감내하고 있는 것은 어머니가 아닌 이모였을 것이라며. 어머니의 불행을 옆에서 지켜봐 왔던 이모는 이런 순간에조차 안진진의 아버지가 싫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의아했다. 내 혈육의 남편이 술만 먹으면 온 집안에 물건이 날아다니게 하고 공포에 떨게 하는 인물인데, 감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 여기서부터 이모의 결핍과 갈증은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안진진의 어머니와 정반대로, 잘 가꾸어진 성곽 안에서 무덤만큼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모. 누가 봐도 둘 중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이모인 것 같지만, 이상하게도 이모는 어머니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안진진의 어머니를. 살아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자꾸만 쿵쾅거리고 물결치는 인생을.
안진진은 늘 습관처럼 어머니와 이모의 운명을 비교했다. 어머니의 모습은 부끄러워하고 이모의 모습은 부러워했으며, 이모가 자신의 어머니였으면 했다. 자식의 행, 불은 때때로 부모에 의해 크게 좌우되기에, 안진진은 어머니의 불행과 가난을 닮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순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얼핏 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던 이모가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해 죽음의 이유를 찾았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불행과 가난 속의 어머니는 매일 아침 새롭게 태어나듯 활력을 되찾는 것처럼..
“하나의 개념어에는 필연적으로 반대어가 잇따른다.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이러한 모순은 우리에게 비극을 주기도, 용기를 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