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친밀감과 드라마의 성공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또 한 번 신원호 감독의 성공작이 되었다.
종영 인터뷰에서 신원호 감독은 드라마의 성공요인으로 내적 친밀감을 들었다.
신원호 감독은 제작자들과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을 말했으나 나는 드라마 캐릭터와 시청자간의 내적 친밀감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정말 내적 친밀감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이 될까?
우선 내적 친밀감이란 무엇인가?
Parasocial Interaction/relationship이라고 명시되는 이 용어는 한국에서는 준사회적/가상 상호작용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내적 친밀감은 TV 시청자가 느끼는 미디어 인물과의 관계가 실제로는 아닌 것을 알면서도 마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일회성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꾸준히 같은 시리즈를 일회부터 챙겨보면서 마치 그 사람의 인생을 내가 옆에서 본 것 같은 친밀함이 생긴다. 혹은 같은 배우의 여러 필모그래피를 챙겨보면서 마치 그 사람을 내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감정이 생긴다.
이때 생긴 내적 친밀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현된다. 드라마를 볼 때 내가 내적 친밀감을 가진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고 그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악인이 나타나면 같이 분노하기도 한다. 다만 내적 친밀감은 받는 그 당사자, 실제 하지 않는 드라마 속의 인물이나 배우들은 느끼지 못하고 오롯이 시청자들만이 갖는 일방향성이 있다. 내가 아무리 슬기로운 생활의 이익준 교수님을 좋아해도 교수님은 나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이 처럼 내적 친밀감은 드라마나 영화의 흥행 요소가 될 수 있다. 더 끈끈한 내적 친밀감을 만들 수 있는 배우나 작품은 그 다음 회를 보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치고 또 이 내적 친밀감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동기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내적 친밀감이 더 끈끈할수록 시청자들의 만족도도 증가한다. 자신과 내적 친밀감이 생긴 앵커나 배우를 더 자주 TV에서 보기를 바란다. 드라마가 끝나고 아쉬운 이유도 그것이다. 내적 친밀감이 생긴 사람들을 더 이상 보지 못하므로. 결국 내적 친밀감을 끈끈하게 만드는 배우나 작품은 시장에서 성공한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성공과 내적 친밀감
한국 드라마의 성공도 내적 친밀감과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15년에서 2016년에 Viki에서 방영했던 9개의 한국 드라마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내적 친밀감을 조사할 때는 주로 '아니다'에서 '매우 그렇다'로 선택할 수 있는 10개 혹은 그 이상의 항목으로 된 설문지를 통해 조사한다. 드라마 스트리밍 웹사이트에 달린 실시간 댓글의 내적 친밀감을 조사하기 위해 각 항목에 표시된 주요 키워드가 얼마나 많은 댓글에 담겨있는지를 파악했는데 거의 모든 항목이 충족되었다.
댓글들이 내적 친밀감의 표현임을 증명하고 난 후 빅데이터 연구 방법 중 하나인 토픽 모델링 (Topic Modelling)을 사용해 주로 무슨 테마로 이야기를 하는지 살펴보았다.
토픽 모델링이란
체계적이지 않은 텍스트를 가지고 어떤 단어가 어떤 단어와 더 가까이 쓰이는지 파악해 각개의 테마, 토픽 별로 묶는 연구방법이다. LDA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현대와 같이 인터넷에 빅데이터 텍스트 자료가 넘치는 때에 효과적인 연구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내적 친밀감과 드라마 성공 여부의 상관관계
연구 결과 12개의 토픽 중 6개의 토픽은 아주 성공했거나 중간 정도 성공한 드라마의 주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뜻하는 단어들로 구성되었다. 나머지 6개의 토픽들 또한 내적 친밀감의 서브 분류들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서브 분류들과 내적 친밀감은 드라마의 흥행 요인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을까?
실제로 예상 가능했듯이 직접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드러낸 토픽들은 드라마의 성공과 아주 긍정적인 관계로 나타났다. 그 외에 내적 친밀감의 서브 분류 중에서는 인지적 내적 친밀감과 참조적 내적 친밀감, 그리고 비판적 내적 친밀감이 드라마의 성공과 긍정적인 관계를 띄었다.
이 연구는 내적 친밀감이 한국 드라마의 성공요인 중 한 부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조금 더 인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드라마나 개인의 경험과 연관 지을 수 있도록 하거나 혹은 비판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게 하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BTS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BTS는 지속적인 SNS 업데이트와 개인방송을 통해 내적 친밀감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핸드폰만 열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비디오메세지나 사진들을 통해 마치 자신과 많은 것을 공유하는 친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호텔 델 루나에 출연한 아이유는 자신이 연기했던 장만월이라는 이름으로 SNS 계정을 열어 팬들과 장만월로 소통했고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성공한 요인에는 제작자와 배우들 간의 내적 친밀감도 있겠지만 우선 시청자와 드라마캐릭터 혹은 배우와의 내적 친밀도 또한 중요한 요인이지 않았을까. 지속적인 SNS 업데이트나 메이킹, 그리고 시청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을 만한 에피소드들로 캐릭터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고 시즌 1을 지나 시즌 2를 거치면서 이 내적 친밀도 또한 더 깊어졌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 드라마가 계속적으로 성공하길 바라며 드라마나 영화를 마케팅 할 때에 이 연구 또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Kim and Lopez (2021) Social TV viewer's sumbolic parasocial interaction with media character: A topic modelling analusis of viewer's comments, Social Science Humanity Open, doi.org/10.1016/j.ssaho.2021.1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