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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마워숲 Apr 11. 2023

알러지가 있어서 다행인지도 몰라

"죄송해요, 아이가 우유 알러지가 있어서요-"


 

놀이터에서 놀때나, 식당같은 곳을 갔을 때 요구르트나, 초콜릿 등 우유가 든 간식을 받게 되는 상황이 가끔씩 생긴다. 참 난감하지만 되도록이면 그 자리에서 거절을 하는 편이다. 그걸 받고나면 옆에 있는 아이가 먹고 싶을테니까. 그래도 알러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은 거절의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에 나도, 상대도 덜 불편한 상황이 된다.


 


 

알러지가 있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치즈가루가 뿌려져 나오거나, 사워크림이 뿌려져 있기도 하고, 김밥에 계란 빼주세요 했는데 김밥집 기본 소스가 마요네즈베이스였던 적도 있다. (마요네즈에 계란이 들어가는 것은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텐데) 한번은 명절 연휴에 카페에 갔다가 [딸기 바나나 쥬스]라고 적힌 음료를 주문했더니 우유 베이스 음료가 나왔는데 모르고 반이나 먹였다가 문 연 약국을 겨우 찾았는데 아이 상태를 보고는 응급실을 가라고 해서 급히 응급실을 찾은 적도 있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급간식도 알러지 있는 어린이를 둔 엄마로써 마음이 많이 아픈 부분이다. 유치원 간식표를 보면 거의 우유나 계란 버터등이 알러지 요소가 2가지 이상은 거의 들어가 있다.매월 말, 다음달 급간식표에서  알러지있는 제품을 형광펜으로 체크해서 다시 유치원에 보내야하는데 간식표에는 형광펜 잔치가 열린다. 한번은 늘 내가 체크를 하다가, 등원 직전에 생각이 나서 이미 외출 준비를 끝낸 남편에게 부탁했다. 내가 부랴부랴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와서 다 했냐고 물으니, "아니 나는 마음이 아파서 못하겠어. 뭐 거의 다 체크해야하던데?"

알러지의 발현 정도가 피부 발진과 가려움이라서 어느 정도 들어간 것은 괜찮아서 체크를 안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떡이나 과일, 과일 쥬스가 간식으로 나오는 날 외에는 거의 다 알러지유발 재료가 들어가는 것들 뿐이다. 체크한 간식은 대체 간식으로 나오긴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먹는 것을 보면서 먹고 싶지 않은 아이가 과연 있을까?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도 괜찮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 약간 억울한 마음도 들고, 아이를 보면 짠한 마음도 들고,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에 화가 나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자라는 어린이는 칼슘보충을 위해 우유를 먹어야 한다는 것은 낙농업계의 마케팅으로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잠식된 결과이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이 되었고, 착유량을 늘리기 위해 송아지를 빼았고, 좁고 자유롭지 못한 사육환경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 젖소에게서 얻어 낸 소젖은 결코 내 아이의 몸에 유익하지만은 않을 것이니까.

그리고 아이가 우유 알러지가 없었으면 매일같이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했을 것이고, 외식이 쉬우니 더 많이 했을 것이다. 아이의 알러지 때문에 비건을 결심하기가 쉬웠고, 덕분에 나도 이틀이 멀다하고 먹었던 아이스크림을 몇년 째 입에도 대지 않았고, 카페에 가면 당연하게 함께 주문하던 조각케익도 이제는 먹지 않는다.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 동물들은 자주 질병에 노출된다. 그렇기에 사료에 항생제가 들어가있고, 그 항생제는 동물의 분뇨를 통해 땅으로, 바다로 배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소의 살점에, 소의 젖에 축적되어 음식 안에 존재하게 된다. 항생제의 남용으로 항생제 내성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항생제는 실제로약으로 섭취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이렇게 알게 모르게 섭취하게 되는 경우도 분명이 존재 한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알러지 때문에 피할 수 있는 편이 나은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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