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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Jun 20. 2024

비가 온다

비오는 아침.

문득, 창밖을 보며 혼잣말로 ‘비가 오네!’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드는 생각. 왜 비와 눈은 ‘온다’고 표현할까.  보통 바람은 ‘분다’, 햇살은 ‘비춘다’라고 흔히들 말한다. '바람이 온다', '햇살이 온다'라고 하는 것은 낯설다.

왜일까?

‘온다’는 서술어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느낌이다. 주체가 스스로 움직여 내 쪽으로 오는 움직임이다. 비와 눈, 바람과 햇살의 차이는 무엇일까? '눈에 보임'과 '안 보임'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와 눈은 눈에 보인다. 그러나 바람과 햇살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힘으로 인해 다른 대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그 존재를 실감한다. 

오늘은 비가 온다.

하늘에서 땅으로 오늘은 비가 달려온다. 급히 달려오다 보니 땅에 닿는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아서 끽! 땅바닥에 내리 꽂히거나 이미 도착해 모여있는 빗물웅덩이 집단에 난타를 해댄다. 앞다투어 먼저 도착점에 다달으려고 달음박치는 단거리 선수들마냥 앞다투어 온다. 달려온다. 선수들의 땅방울인지 빗방울인지 모를 것들이 온다. 이 땅으로 온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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