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미 릴레이> 완주의 기쁨.
운동회의 꽃은 늘 청팀 vs 백팀의 릴레이 달리기였다.
반에서 달리기 대장들에게만 주어지는 릴레이선수의 기회. 머리에 청색띠, 흰띠를 당당히 동여매고 결연한 눈빛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대표주자들.
바통을 단단히 손에 쥐고 운동장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멋진 선수들.
저 멀리서 뛰어오는 자기 팀 선수의 바통을 받기 위해 제자리 발구르기를 하며 바통을 받을 자세를 취하는 멋진 릴레이 선수들.
나는 한 번도 운동회에서 그 멋진 달리기 대표주자가 되어 보지 못했다.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손에 바통을 쥐느라 땀이 찬 적은 없지만 응원봉을 쥔 손에는 진땀이 차고는 했었다.
그. 런. 데.
내가 바통을 받는 릴레이 선수가 되었다.
저기 열심히 바통을 손에 꼭 쥐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선수, 선율(포도송이) 선수의 모습이 보인다. 선율선수에게 바통을 넘겼던 발자꾹 선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목을 축이는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선율선수는 최선을 다해서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점점 가까워진다. 나는 뛰는 심장을 느끼며 제자리 뛰기를 하며 손을 뻗는다. 선율선수는 ‘우리 할 수 있어!’ 응원의 눈빛을 가득 담아 내게 바통을 넘긴다.
바통을 거머쥔 손에 힘껏 힘을 주며 나는 달린다.
바람을 가르며 흙먼지를 날리며 나는 달린다.
저 앞에 제자리 뛰기를 하며 나를 바라보는 이원길 선수가 보인다.
점점 가까이 보인다.
가슴이 터질 듯 숨이 가빠온다.
바통을 쥔 손을 앞으로 내민다. ‘우린 할 수 있어요!’ 응원의 눈빛을 가득 담아 나는 바통을 이원길 선수에게 넘긴다.
바통을 받은 이원길 선수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결승선을 향해 달린다.
마지막 주자가 드디어 흰 결승띠를 가르며 들어온다.
우와~~ 열여덟 명의 선수는 서로 하나가 되어 부둥켜안고 환호한다.
‘우린 해 냈어!’
오렌(예정옥) 작가님과 이원길 작가님 덕분에 너무 귀한 바통을 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글루미 릴레이>이 책이 이렇게 따뜻한 빛깔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릴레이에 한 주자로 뛸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여덟명의 귀한 선수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