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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Jul 09. 2024

감사 받는 날의 감사



오늘은 괜히 긴장되는 날이다. 그리고 귀찮은 날 이기도 하고 번거로운 날 이다. 빨리 지나가 버리면 속 편한 날이다.  한마디로 썩 달갑지 않은 날이다.

감사 받는 날.



나라 돈을 받으니 당연히 따라오는 절차이다. 발달 상담 치료 바우처가 도입되었던 십여 년 전 부터 매 해 두 번씩 시청에서 감사가 나온다. 교육청 바우처도 감사가 나온다. 사회복지정책이 활성화 되고 발달 상담 치료 예산이 증대되면서 사설발달 센터들도 나라와 직접 연결되는 협약 체결이 이루어진 것이다. 


20년 센터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치료 상담 바우처 도입이 있기 전과 후로 크게 나뉘어졌던 것 같다. 

사설기관이나, 이용자들이나 나라가 잘 살아 지면서 득을 보게 된 것이 사실이다. 

치료 상담 바우처 정책으로 발달 상담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증대되면서 기관들은 발전되었고 이용자들은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치료 혜택을 더 많이 받게 되었다. 


이렇게 바우처 '감사'의 역사도 시작되었다. 

행정 서류는 물론 가장 감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바우처 포인트 사용에 대한 증빙자료이다. 이밖에 제공인력에 대한 여러 가지 자격증빙, 센터 시설의 구비 조건 충족 등등. 때로는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인 자료 요청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고, 운영하는 센터의 고충보다는 이용자 입장의  행정 적용으로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소하게 라도 시정 사항들을 지적 받으면 기분이 상하기도 한다. 



오늘은 감사 받는 날.


늘 그렇듯 약간 긴장되는 마음으로 오전 일찍 센터에 출근했다. 

시청 주무관 둘 이 왔다. 젊고 예쁜 아가씨 주무관들이다. 두어달 내내 고양시 모든 바우처 기관들을 다니느라 힘들었겠다 싶었다. 젊은 청년들이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하고 예쁘다.

 젊은 주무관들을 마주하니, 감사의 긴장은 어느새 날아가고 이모 미소가 절로 나온다. 


감사 서류를 설명 해 주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두어 시간은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센터 실장님도 행정실에서 대기 중이다. 

실장님 표정이 살짝 긴장되어 있다. 한참 전부터 이런 저런 서류를 체크하느라 신경을 많이 써왔을 터이니,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내 방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데, 문득 드는 생각!


‘감사 받는 것이 참 감사하다’ 


언어 유희 욕구의 발동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렇게 착 맞아 떨어지는 라임인지!

감사 받을 것이 있다는 것, 감사 받을 상황이 있다는 것, 감사 받을 것을 누렸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쩌면 시청 감사, 교육청 감사는 평가 받고 감시 받는 절차가 아니라 국가 예산을 받을 만 한 기관이라는

 ‘인정이자 치하의 절차’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꿈보다 해몽’이라 하지 않나.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라면 기왕이면 좋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속 편할 일이다.

‘노심초사’ ‘안달볶달’을 달리 말하면 스트레스가 아닌가!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 하더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꿈보다 해몽’을 잘 하면서 살아간다면 아마 우리의 스트레스 지수는 상당히 조절될 것이다.


아직 감사는 진행 중이다. 감사 받는 날 나의 감사함 지수가 오르는 걸 보니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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