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은 뒷 문장을 더욱 강조하며 말했다. 차를 홀짝이던 나는 순간 차를 뿜을 뻔 했다. 생각지 못 했던 말이었다. 만화로 표현할 수 있다면 내 뒤통수에 커다란 땀방울이 달려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신랑은 탕비실에서 ‘부시럭부시럭’ 재활용 종이를 정리한다.
“내가 코 어떻게 골았어? 똑같이 흉내 내 봐.” 나는 민망함과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응? 그냥 뭐.”
“똑같이 해 봐 봐. 어서.”
잠시 후 들려오는 소리.
‘드르르렁 드르렁 쿠우 쿠우’
신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계속 탕비실에서 들려오는 소리.
‘드르르렁 드르르렁 푸푸’
민망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나는 물었다.
“그 정도로 컸어?”
“응, 아니 괜찮았어.”
엥? ‘괜찮았어’ 라니! 이 무슨 상황에 맞지 않는 답변인가!
나는 순간 너무 웃겨서 민망함을 벗어던지고 신랑의 코골이 흉내보다 더 크게 ‘깔깔깔’ 웃었다.
신랑도 같이 웃으며 탕비실을 나왔다.
“그럴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놔. 이렇게.”
나는 마치 내 머리를 잡은 듯 허공에 손을 뻗고는 두 손의 각도를 과장되게 꺾으며 말했다.
“아니, 그러다 네가 잠 깰 까 봐.”
이런 착한 사람 같으니라고! 내심 기분이 좋았다.
“아니야, 혹시 또 내가 오늘 또 코 골면 가차 없이 고개를 돌려 놔 알았지?”
신랑은 대답 대신 씩 웃을 뿐이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참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25년의 결혼생활 중 분명 나는 종종 코를 골았을 것이다. 비염도 있는 데다가 코감기도 곧잘 걸렸었기 때문에 코 컨디션에 따라서 본의 아니게(?) 밤의 정적을 깨는 소리를 냈을 것이다. 간혹 내 코골이 소리에 내가 깜짝 놀라 잠이 깼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랑은 ‘나의 코골이’ 때문에 힘들었다 아니면 ‘코를 골더라’ 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이 안 난다. 그렇다고 성격이 무디거나 무심한 사람도 아니다. 오히려 청각 적으로 예민한 편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