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연금술 #그 상징성에 대하여
반짝이는 것을 좋아해서 아이섀도도 펄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귀걸이도 기왕이면 반짝반짝, 하물며 요즘 신고 다니는 샌들도 화려한 큐빅이 딱 박혀 있다. 소박함보다는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그런 취향에 비하여 소박한 부분이 있다면 나의 손이다.
네일도 손톱이 답답해서 싫어하고 손톱도 짧게 깎는다. 끈적이는 느낌이 별로라 핸드크림도 거의 바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장신구는 화려한 것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반지만큼은 심플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결혼반지도 아주 작디작은(?) 다이아가 반지 어딘가에 묻혀있는 민자스타일로 택했다(물론 내 취향과 소박한 신혼부부의 경제사정이 잘 통합된 결과이지만). 그나마 결혼반지도 잘 끼지 않다 보니 언제부턴가 나의 다른 화려한 취향의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나의 손은 여백의 미를 뽐내며 세월이 지났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꼬마 신랑신부는 농익은 중년 부부의 길목에 서있고 젊은 엄마 아빠 사이에서 고맙게도 잘 자라 준 딸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벌써 지금으로부터 많은 해가 어느새 또 지났다). 결혼기념일이 다가오던 늦가을 무렵.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 삼총사에게 서로 축하해 주자며 ‘가족 반지’를 맞추자는 의견에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했다.
그래서 그 해 결혼기념일 이후로 내 손에서 절대 떠나지 않는
나의 반지! 우리의 반지! 가족의 반지!
나는 퇴근하면 외출복에서 홈웨어로 갈아입으면서 시계, 귀걸이, 목걸이 등을 다 뺀다. 그러나 나의 가족반지는 이미 내 몸의 일부와도 같이 늘 함께 한다. 그리고 내 손에는 이 반지가 유일하다.
지금 이 순간 노트북을 두드리는 내 손위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본다.
내게 가족의 반지는 단순한 반지가 아니다.
나의 상상력 발동!
우리 가족 세 명이 연금술사가 되어(마법영화에 나올 법한 기다란 뾰족 모자에 망토를 두른 모습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기다란 막대기로 신비한 연금술 증류기의 원액을 세심히 젓고 있다.
증류기에서는 푸른빛이 포르르 공기 중에 퍼지기 시작하고 서서히 증류기에서는 황금빛 알갱이가 만들어진다. 순수 무결한 황금의 탄생. 가족 반지의 재료가 탄생한 것이다.
증류기에 시초에 넣었던 원재료는 무엇이었을까?
참고 기다리고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고 보듬어주고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이 모든 것들이 깊고 진한 원액이 되어 증류기에 부어졌다.
가족은 정성스럽게 원액을 젓고 저어서 비로소
'사랑'이라는 순도 무결점의 황금이 탄생하였다.
연금술의 핵심은 ‘희망’이다.
비록 처음 증류기에 붓는 것은 검고 불순물이 많은 원재료들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순수 무결한 황금으로 승화할 것이라는 믿음!
바로 희망의 증류과정이다.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우주의 천둥이 우르릉 거리고 천상의 번개가 번쩍 쳐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났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만남이 하늘의 인연으로 맺어져서 결혼을 하고 ‘부부’라는 세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세상에 만물이 소생하듯 귀한 자녀가 태어났다. 가족이라는 우주의 탄생!!
나에게 이 반지는 단순한 반지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우주를 상징하며
이 상징물의 파워는 감히 그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나의 습관 중 하나.
무심코 반지를 돌린다. 손가락 스치며 돌아가는 반지의 감촉이 좋다.
반지는 간질간질 내 손가락을 간질이며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태어나길 잘했지! 다 잘 될 거야! 그렇고 말고!”
https://youtu.be/iPsxM8c1NkQ?si=o5rok88zerS-Qi9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