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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누하 (menuha), 온전한 쉼

#평안과 안식을 위한 온전한 쉼

by 뽀득여사

‘안절부절, 안절부절, 안절부절’.

안절부절이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두세 번 연거푸 발음해 보니 어쩌면 이렇게 단어의 모양새와 의미가 찰떡인지, 이 단어를 발음하는 동안 입술, 혓뿌리, 혀끝 잇몸뒤(치경)들이 서로 부딪히고 모양을 변형하고 난리법석을 부려야만 가능한 발음이다. 신경이 곤두서고 손가락 발가락이 움찔거리고 뒷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평안과 안식을 주소서!

어떤 종교이건 단어선택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평안과 안식의 간구는 매우 공통적일 것이다. 인간이 신에게 이것을 끊임없이 간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평안과 안식을 누리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인간의 나약함을 반증하는 기도문이 아닐까!



메누하 (menuha) : 히브리어로 영적인 쉼, 진정한 쉼, 온전한 쉼을 의미한다.


우리는 머리가 복잡하면 ‘머리를 식힌다’며 어딘가를 찾고 무엇인가를 찾는다.

우리는 몸이 고단하면 ‘원기회복’을 위해 편히 누울 자리 나,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찾는다.

몸과 머리가 복잡하고 고단하면 우리는 ‘쉬고 싶다’는 갈망이 생긴다. 번아웃이라는 좀 더 극단적인 상태까지는 아니어도 인생 살다 보면 어떻게 늘 ‘하하 호호’만 있겠는가. 어떤 날은 ‘이게 행복이지!’하다가도 어떤 날은 ‘아이고 힘들어!’한다. 살아간다는 것이 축복이기도 하지만 오죽하면 고행의 길이라고도 하지 않던가!

그래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충전을 하라고 명하셨나 보다.


노래를 할 때, 온쉼표가 들어갈때가 있다. 노래를 더욱 아름답게, 드라마틱하게 만들기 위해 한 마디 전체를 통으로 쉬는 온쉼표. 이 때의 온쉼표는 그 마디 통째로 노래를 멈추게 하지만 결국 전체 음악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며 아름다운 곡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된다. 성악가는 그 온쉼표를 온전히 잘 활용하여 다음 마디에서 풍부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다시 힘을 내어 이어가고 곡을 마침내 아름답게 완성한다.



우리의 삶도 온전히 쉬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쉬는 것도 쉬운 게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냥 쉬는 것은 그냥 쉬면 된다. 그러나 ‘온전히 쉼’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나는 쉽지 않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생각도 많고, 조바심도 많고, 의욕도 많은 편이다보니 외현적으로 ‘부지런하고 에너지가 있다’고 보여지고 또 그만큼 성취지향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느긋하지 못하고 불안이 있는’ 자아도 숨어있다. 마치 내면의 자아를 모니터로 본다면, 만화 속 톰과 제리처럼 요리조리 쪼르르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으로 보여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본능적으로 심리, 정서등에 관심이 많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몸의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한 음식들이 유난히 먹고 싶어 지는 것처럼.


메누하(menuha).

온전한 쉼. 마음의 평안과 안식을 누리는 것. 몸만 쉬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쉬는 것. 마음을 온전히 쉬는 것.


인생교향악의 엄청나고 두터운 악보, 그 안의 수많은 음표들의 향연 속에 숨어있는 쉼표들. 특히 온전한 온쉼표들을 무시하지 않아야겠다.

온쉼표를 온전히 잘 쉬어야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교향곡’을 아름답게 온전히 연주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악보.jpg



오늘은 월요일.

나도 모르게 나의 손과 발과 머리는 또 한주를 시작하느라 종종걸음치려한다.

고개를 빼꼼 내미는 ‘안절부절’씨.

당신은 초대하지 않았는걸요!

안녕히 돌아가시고요.


초대한 분은 따로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평안’씨.

어서오세요.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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