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티끌 하나도 용납이 안 돼
“먼지가 묻지 않는 거울이 있나요?”
“저도 알고 있어요. 제가 강박증이 있다는 거요. 한마디로 정상이 아닌 거죠. 하하... 그래도 다행히 나 멀쩡한데 왜 그러냐고 바득바득 우기는 정도까지 맛이 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싶어요.”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크면서 집안의 먼지뭉치들이 너무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어느 날 부모님이 두 분 다 집에 안 계신 날이 있었어요. 집안의 모든 먼지를 다 없애버리자 작정을 했지요. 두 팔을 걷어 부치고 하루 종일 닦고 닦고 또 먼지가 내려앉으면 또 닦았어요. 속이 다 뻥 뚫리더라고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그렇게 시작됐어요. 내 공간 내 물건에 대해 티끌 먼지도 묻히고 싶지 않은 강박이요. 그러다 보니 자꾸 더 집착하게 되고 예민해지고, 한 마디로 삶이 피곤해지더라고요. 성인이 돼서 서울로 올라오면서 부모님 집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잘 안 가게 되고요. 부모님이 얼마나 저를 보고 싶어 하시는지 잘 알아요. 그런데 부모님은 그 마음조차도 쉽게 꺼내시지 못해요.”
“그러실 것 같아요. 손님이 털어내려고 해도 털어지지 않는 먼지 뭉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의 먼지 뭉치는 무엇일까요?”
‘할머니 오늘은 거울 안 닦고 불을 끄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