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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Nov 27. 2023

하루 동안 내 손을 스쳐간 종이류들


11월 24일 금요일이라 기쁜  날, 게다가 월차다. 하하하

오늘 하루 동안 내 손을 거쳐간(?) 종이류를 나열해 본다.


1. 화장실 갈 때마다 사용한 두루마리 휴지 OO칸.

2. 종이타월 2칸.

프라이팬의 남아있는 기름을 닦아 냈다.

두루마리 휴지, 키친타월 모두 일회용이다. 순간을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휴지로 만든다.

우리가 잘 아는 유* 킴벌리 회사의 광고 마지막에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슬로건이 나온다. 우리가 열심히 나무를 심으니 맘껏 휴지를 사용하세요!라고 들린다(저 꼬였나요?). 진짜 맘 놓고 휴지를 써도 될까? 휴지가 위생적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혹여나 과하게 사용하지는 않는지, 둘둘 말아서 함부로 버리지는 않는지 각자의 습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무가 휴지로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무로 30년을 살아내었고, 천연펄프가 되고 가공 처리를 거친다.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우리 손에서는 너무나 쉽게 버려진다. 무언가를 닦으려고 할 때 거의 반사적으로, 휴지와 물티슈를 찾는다.


3.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책.

이번 주 내내 들고 다닌다. 아무 때고 펼칠 수 있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종이책과 전자책을 두고 고민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고 있다. 부지런히 읽고, 생각을 나누고 책도 나누겠습니다. 약속!


4. 종이컵과 냅킨.

'홍** 식당'에서 부모님과 점심을 먹었다. 천으로 만든 수젓집에 수저가 들어있다. 칭찬합니다. 보통 종이 포장지에 수저가 싸여있다. 일회용이면 무엇이든 위생적일까?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일회용품 사용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사용하기 직전에 세척한 것이 훨씬 오염도가 낮다는 실험 결과를 보았다.


아쉽게도 물컵은 종이컵이었다. 손 씻고 온 사이 내 몫으로 종이컵에 따뜻한 물이 담겨있었다. 차 안에 텀블러가 있었는데, 어이쿠, 따뜻한 물과 미세 플라스틱을 함께 마셨다. 다른 것은 모두 다회용인데 물을 마시는 컵은 종이컵이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궁금하다.(식당이 불법으로 종이컵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현재는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도 없다.)

 

식사 도중 엄마, 아버지 모두 물티슈를 사용하셨고, 마지막에 나도 냅킨 한 장 사용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물티슈가 플라스틱 재질이라는 것을 안다. 찬희가 태어난 2009년부터 물티슈를 박스째 주문해서 사용했었다. 문틈, 창문틀 닦기도 편리하다며 물티슈로 열심히 청소했다. 지금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다. 역시 편리한 건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당장에 편리하지만 다른 곳에서 환경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물티슈를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현재는 걸레를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삶고, 빨래한다. 낡은 수건이 걸레가 된다. 쓰임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기.


5. 포장재 종이와 쇼핑백.

마트에 들러 찬희 겨울 내의를 구입했다. 각 비닐 포장 안에 인쇄된 마분지 종이가 들어있다. 접힌 상태가 잘 유지하기 위해서 들어있는 것 같은데, 이게 없으면 포장이 안 되는 건가? 여러 벌이라 종이 쇼핑백에 담아왔다(코팅처리되지 않은). 장바구니를 챙기지 못한 탓이다. 종이 쇼핑백은 한 번만 쓰고 버리면 절대 안 될 일이다. 한 번만 사용한다는 조건이라면 탄소발자국 배출 면에서 비닐봉지는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종이가 비닐봉지보다는 더 빨리 분해되긴 하지만, 최소 3~4번 이상 써야 한다. 잘 모르던 시절, 종이니까 당연히 재활용되니까 한번 사용하고도 분리배출로 내놓은 적도 있었다. 진짜 모르고 그랬다. 결국 종이 쇼핑백은 친환경이 아니었다.


6. 종이 택배 상자와 종이봉투

마침 정기구독하는 '어글리어스' 채소 박스가 배달되었다. 환경을 공부하고 나서야 유기농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균일한 크기, 모양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판로를 찾지 못하는 유기농 제품들을 소비하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이름과 달리 전혀 못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안전한 배달을 위해 포장지가 많아져가니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택배 박스 안에 토마토가 종이 박스에 들어있고, 양파, 감자가 종이봉투에 담겨 있다. 종류별로 따로 비닐포장되어 있는데, 친환경 비닐이라고 하지만, 이름처럼 분해까지 친환경인 비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느타리버섯 같은 것은 살짝 코팅된 종이접시에 담겨 비닐에 들어있다. 그리고 채소 박스 내용물 소개와 사연, 레시피가 인쇄된 종이 한 장이 들어있다.  


7. 다 마시고 남은 콜* 멸균팩.

멸균팩을 일반 택배 상자나 우유팩과 또 다르게 알루미늄으로 코팅되어 있고, 여러 겹의 다른 재질이 섞여있다. 그래서 멸균팩끼리 모아야 제대로 재활용을 할 수 있다. 현재 멸균팩 제품은 점점 많아지는데, 멸균팩 회수율은 한참 낮다(벨기에의 멸균팩 재활용률은 99.4%! 경이롭다!). 멸균팩 재활용 설비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에 단 한 곳뿐이다. 멸균팩을 수거하는 곳은 제한적이다. 분리배출할 때 우유팩 전용칸이 있는데, 멸균팩 칸은 따로 없다. 멸균팩을 씻고 펴서 모으고 있고, 제법 모이면 차를 타고 제로 웨이스트 숍에 찾아간다 제발, 멸균팩 배출도 가까이에서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8. 종이로 만든 화장품 용기.

몸에 바르는 보디로션은 종이 패키징에 들어있는 톤 28 제품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 내부는 코팅된 종이 포장재를 사용한다. 완전히 사용한 후 뚜껑과 분리해 일반 쓰레기로 버리면 된다. 화장품 용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


9. 이면지.

컴퓨터로 이 글을 쓰기 전에 내 손을 거쳐간 종이류 나열하기를 이면지에 먼저 써보았다.



하루 동안 이렇게나 다양한 종이류를 사용했다. 가급적 종이 사용을 줄이려고 평소 회사에서도 이면지를 사용하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할 만큼 종이 택배 상자가 자주 배달되고, 화장실 갈 땐 휴지를 별생각 없이 맘 편하게 사용한다.

종이타월, 휴지 사용을 줄이고자 손수건 한두 장을 항상 넣어 다니고,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려고 텀블러도 챙긴다. 어디에서 종이 사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까. '일회용품=위생적'이라는 것은 오해다. 식당에서 수저 아래 냅킨을 까는 것 또한 위생적이지 않다(형광증백제, 먼지 등의 이유로).


손수건, 개인 물병을 챙겨 다니는 것이 귀찮다거나, 조금도 불편하기 싫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불편함은 우리가 편리함만을 강조할 때, 기후 위기를 등에 업고 '초강력 울트라' 불편함으로 나타날 텐데, 그때는 '아차'싶어도 이미 늦다. 기후 위기 시대에 나무와 숲의 역할이 더없이 소중하다. 마구 편하게 사용하는 종이와 휴지가 그 직전에 '30살 나무'였다는 사실, 우리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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