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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Nov 23. 2023

우유와 소젖

모르고 살았던 많은 사실들

1. 내가 아는 우유에 관한 사실_순진한 표정


<우유는 완전식품이다.> 임신 중일 때는 평소 식단에 우유 하나 추가하면 된다. 빵이나 쿠키랑 먹는 우유는 세트다. 오직 인간만이 성인이 되어서도 우유를 마신다. 몸에 건강한 식품이니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유를 마시면 키가 큰다. 우유는 성장기 필수품이다. 우유에는 정말 몸에 좋은 영양소가 들어있다. 치즈에는 뼈에 좋은 칼슘이 풍부하다. 골다공증이 걱정되는 시어머니께 치즈를 종종 사드렸다.


2. 시간이 지나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_이런 배신감


알고 보니 우유는 사람에게 전혀 완전식품이 아니었고, 송아지에게 완전식품이었다. 치즈 속 칼슘이 뼈의 건강을 튼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뼛속 칼슘을 빼앗아내는 역할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유제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골다공증 발병률이 가장 높다. "어이쿠, 어머니, 저도 몰랐었어요."


3. 뒤늦게 알게 된 젖소의 존재_인간이 무슨 짓을 하는 거니?


'젖소'는 이름처럼 언제나 소젖이 나오는 줄 알았다. 아기를 출산한 적이 있는 여성임에도 그렇게 오해했다. 젖소도 사람처럼 임신하고 송아지를 출산해야 소젖이 나온다.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 무렵에 강제 임신을 당하고(26개월 정도), 약 10개월 만에 송아지가 태어난다. 비록 강제 임신으로 낳은 송아지일지라도 젖소도 인간만큼 모성애가 깊다. 강제로 송아지와 헤어지는 젖소의 슬픔을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60일을 쉬고 다시 강제 임신을 한다. 유축기에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몸이 아프다. 아플 때에도, 아프기 전에도 예방 차원에서도 항생제를 투여하고,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성장호르몬제 등을 투여한다.


겉으로는 뽀얗고 신선해 보이는 우유가 과연 건강한 음식일까? 살아있을 적 제 본성대로 한 번도 살지 못한 젖소가 행복했을까? 제 어미와 똑같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갈 여자 송아지는 어떤 마음일까? 남자 송아지는 몇 개월 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경제성, 효율성을 강조하는 인간의 기준으로 오래 살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 소의 평균수명은 20년이 넘지만, 짧은 시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젖소는 5살이 되면 더 이상 임신하기 어렵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된다. 그다음 단계는 도축되거나 패스트푸드점으로 납품되어 햄버거 패티가 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우유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우유에는 젖소와 송아지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위생을 강조하는 공장에서 생산되어 소비되는 상품일 뿐이다. 만약 "서울소젖", "매일소젖"이라고 판매된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마실 수 있을까? 소젖이 우유인 것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단어가 바뀌면서 원래의 본성과 거리가 생기고, 아예 다른 상품인 양 인식된다. 판매자는 그걸 십분 이용했을 테다.


4. 반성합니다_이제야


그제야 나에게 질문을 한다. 왜 내가 먹는 것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나에게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냐는. 어떤 사실을 이렇게나 의심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매체가 한 목소리로 얘기하니 그게 맞는 것인 줄 알았다. 너무나 당연해서 더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진실이 아닌 사실들.


알고 보니 젖소는 나처럼 감정이 있는 생명체였다. 젖소가 동물인 것을 모를 리 없지만, 냉장고 속 우유 앞에서는 생명과 연결을 짓지 못했던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많은 생명체들이, 특히 가축이라는 이름으로 무조건 인간을 위한 도구로 희생되고 있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다른 존재를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중심주의가 장악해 버린 세상에서, 비인간 동물은 너무 당연한 논리로 이용된다.


젖소들은 분명 고통을 표현했을 것이다. 다만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을 뿐이다. 인간들은 젖소의 고통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우유를 공급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였을 게다. 게다가 우유가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이 아님에도 우리는 동물에 고통을 가하면서 과잉생산을 하고 인간의 몸을 유의미하게 건강하게 하지 않음에도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으며 과잉소비를 한다. 낙농업이 너무나 거대한 산업이 되어 우리는 꼼짝없이 세뇌당하고 소비만 한다.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데, 우리가 아는 정보는 심하게 단절되어 있다.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한다. 아니면 처음부터 무관심하다.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자,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자. 내 주변의 것들을 섬세하게 바라보자. 그리고 의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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