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환경스페셜 <플라스틱 코끼리>라는 영상을 보았다.
코끼리와 플라스틱?
넓은 열대초원에 사는 코끼리와 플라스틱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데, 적어도 스리랑카 쓰레기 산에서는 관련이 있다. 코끼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쓰레기 산의 "플라스틱"이다.
숲의 일부를 없애고, 사람들이 필요한 쓰레기장을 만들었다. 숲은 단지 나무만 심어져 있는 곳이 아니다. 온갖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터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눈에 보이는 나무만 베어내면 "활용"할 수 있는 땅이라 생각한다. 숲의 일부를 없애 버려도 남아있는 숲으로 생명체들이 알아서 이동해서 별 탈 없이 지낼 거라고 생각한다. 혹은 처음부터 다른 생명체들의 생사 여부에는 무관심했을지도 모른다.
코끼리는 그곳이 숲이었을 때처럼 쓰레기장을 누비고 다닌다. 온갖 쓰레기 속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낸다. 원래 풀이나 과일을 먹던 코끼리가 고형 음식 쓰레기를 먹게 되면서 장내 미생물이 파괴되었고, 그 결과 더욱 고형 음식물에 집착하게 되었다. 새끼 코끼리도 무리를 따라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 아직 경험이 적은 탓에 음식물보다 다른 쓰레기를 더 많이 먹는다. 계속 먹지만 야윈다. 점막에 비닐이라도 붙어 있다면 영양분 섭취를 방해할 것이다. 코끼리 배설물에서는 비닐이 함께 빠져나온다. 몸 밖으로 배설되는 비닐의 양을 보니, 실제 코끼리 몸속에는 얼마나 많은 비닐이 남아있을지 걱정스러웠다. 뱃속의 비닐은 장 꼬임 현상을 만들어 코끼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아니나 다를까 죽은 코끼리의 뱃속을 부검하니 장기가 부어있고, 썩어있고, 비닐 덩어리가 가득하다.
해안으로 떠밀려와 죽은 고래 사체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60kg이나 나왔다는 기사, 죽은 바다거북의 몸에서 비닐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해양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라 생각했는데, 육지에서 사는 코끼리도 쓰레기에 의해 고래와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될 줄은 몰랐다. 편리함만을 앞세우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처음부터 쓰레기를 덜 만들려고 노력하고,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애꿎은 생명이 이렇게 희생되는 일은 줄일 수 있었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숲이 파괴되고, 인간과 코끼리의 거리는 점점 좁혀져 간다. 예전에는 서로 만날 일이 드물었지만, 요즘에는 자주 부딪힌다. 배가 고픈 코끼리는 마을로 내려와 곡식을 발견하자 단숨에 먹어치웠고, 농사짓는 땅을 마구 밟고 지나간다. 어느새 코끼리는 지역민들의 재산에 해를 입히는 존재가 되었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코끼리는 억울하다.
인간도 코끼리도 그저 지구 위에 잠시 머물다가는 존재일 뿐인데, 인간은 언제나 인간 중심적으로만 행동한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잘난 존재라며 못할 것이 없다며 으스댄다. 다른 존재와 공생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세상 모든 것을 인간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데 집중한다.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데, 생태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인간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인간이 편리하려고 만든 플라스틱 제품과 비닐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다른 생명체들을 죽게 만드는 상황이다. 다른 생명체들의 죽음에서만 끝날 일이라 인간과 아무 상관없는 일일까? 스리랑카 쓰레기 산에서 죽어가는 코끼리의 모습을 보면서, 그 지역 사람들은 아무 문제 없이 괜찮을 거라고, 대한민국에 사는 나 자신은 괜찮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조차 하나도 없는 쓰레기 산 주변과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은 분명 사람들을 아프게 할 것이고 생명까지도 위협할 것이다.
같은 지구에 사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때로는 연결이 느슨해 보여서 상관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먹는 한 끼의 식재료가 어디에서 온 건지 따라가 보자. 많은 부분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쓰레기 산의 코끼리의 죽음 또한 우리와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