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망사항 Jan 18. 2024

반짝반짝 빛공해


1997년 친구와 영주 부석사에 놀러 갔다. 1박 2일 일정이었는데, 가기 전날 밤샘으로 피곤했던 우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일찍 잠든 덕분(?)에 새벽에 깨서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별이 많았던지, 밤하늘을 보며 감탄했다. 도시에서는 몇 개의 별밖에 셀 수 없다. 그것마저도 희미해서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그때 자다가 깬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대기 오염과 빛 공해가 심해질수록, 밤하늘의 별이 점점 사라져 간다. 얼마 전 몽골 여행 가는 지인을 엄청 부러워하며, 돌아오면 별을 본 얘기를 꼭 해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밤하늘의 별은 이제 특정지역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거나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하기, LED 조명으로 교체하기를 권장한다. LED 조명은 처음 설치비용은 비싸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집 조명도 모두 LED이다. 그런데 이 LED 조명 사용이 많아지면서 빛공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별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중 밤하늘이 매년 9.6%씩 밝아졌다. 빛공해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이 점점 더 사라진다는 말이다. 단지 밤하늘이 덜 아름다워진다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인공조명의 과한 사용은 온전하게 깜깜해야 할 밤 시간을 밝게 만든다. 빛 공해는 여러 야생 동물의 수면을 방해한다(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들에게는 빛에 이끌리는 습성이 있는데, 야간에 등대나 선박, 구조물에 충돌하여 죽기도 한다. 빛 공해 증가로 곤충은 개체 수가 확연하게 감소한다. 블루라이트는 곤충을 끌어들이고, 이상행동을 유발했다. 개구리나 맹꽁이, 두꺼비 등 양서류나 포유류는 번식이 어려워지고, 생체 호르몬이 변화된다.


도심 속 가로수는 매일 인공조명에 노출된다. 느티나무, 은행나무의 야간 조명에 의한 생장과 개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야간조명의 조도가 높을수록 잎 생장률이 빨라지고, 결국 봄철 수목의 개화 및 잎 생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2015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 낙엽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잎의 색깔이 변하기도 했다.

어느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겨울이면 아파트 안 나무에 작은 전구들로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킨다. 예전에는 그저 반짝반짝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는 이 조명이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순전히 사람들의 눈이 즐겁기 위해 나무에 전구 장식을 한다. 하루도 아니고  달 동안 저녁부터 밤까지 조명을 켠다. 말 못 하는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민폐일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겨우내 나무가 몸살을 앓지 않을까?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는 점점 더 밝아져 간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식당, 카페도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놀라는 점이 바로 낮처럼 환한 밤이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엄청 많고 모든 가게가 환하다. 또 인공위성에서 본 북한과 한국의 밤의 모습 또한 아주 대조적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이라고 얘기하겠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전기를 아낌없이 사용(낭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분명 우리는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 6%도 채 되지 않는 나라에서 마구 소비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전환을 한다는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빛공해는 인간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앞세운 데서 발생하고, 그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어지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인간이 한 행동의 결과가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태계의 다른 존재들에게까지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빛공해의 강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꼬마전구 장식은 나무를 괴롭혀가면서까지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로수는 살아있는 나무이지, 생명 없는 전봇대가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들과 같이 살고 있다.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생하자. 우리는 그저 지구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공생: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