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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Dec 30. 2023

뾰족한 마음


글쓰기 모임 멤버가 정한 이번 주제는 <뾰족한 마음>이다.

먼저 <뾰족한 마음>부터 정의해 보자. 송곳 같은 뾰족함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마음일까? 때로 그 뾰족함이 나를 향할 수도 있겠지. 이기적인 마음은 뾰족할까? 이런저런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리다 떠오른 문장이 있다.

"나만 아니면 돼!"

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는 복불복 게임을 한다. 벌칙이 짓궂을 때가 많은데, 그 벌칙에서 운 좋게 제외된 멤버들은 활짝 웃으며 이렇게 외친다. "나만 아니면 돼!" 그 순간 함께 웃긴 하지만, 곱씹으면 참 씁쓸한 말이다. 다른 누군가가 괴로울지라도 나는 상관없단 말이니까. 어쩌면 다른 이에게 전혀 공감하려 하지 않거나, 무관심한 태도가 '뾰족한 마음'이 아닐까? 남을 미워하거나 해칠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이는 무관심이 어쩌면 더 뾰족하게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

환경에 대해 알아가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반구 사람들은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기후 위기의 책임은 모든 나라가 동일하지 않다. 급격히 증가된 온실가스의 대부분은 선진국이라 불리는 북반구에서 대부분 배출한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피해와 고통은 남반구 국가들이 먼저 겪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북반구 국가들은 170조 달러의 빚을 남반구에 지고 있는 셈이라 한다. 우리가 그 빚을 갚으려고 적극적으로 노력 중인가? 절대 아니다! 국제기금을 모으는 시늉만 할 뿐 어느 국가도 진심으로 대처하지 않는다. 내가 현재 당하는 고통이 아닐뿐더러 내가 겪을 고통도 아니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또, 북반구 나라에서 소비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가난한 나라들의 환경이 오염된다. 거대한 자본을 가진 다국적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 환경 규제가 허술한 나라를 찾아다니며 공장을 짓고 제품을 과잉생산한다. 공장 주변의 대기, 토양, 강, 하천이 오염되어 주민들의 삶이 고통받지만 북반구 소비자 중 그 누구도 그 문제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그저 원하는 제품만 손에 넣는 것에만 관심 있다. 'Made in  ○○○'라고 낯선 국가가 적혀있다면 '공장이 거기 있구나' 이 정도로만 생각한다. 아님 어디서 만들었는지 관심이 없거나.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고작 21%이다. 가축이 먹는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다면 79%를 수입하는 상황이다. 먹거리의 많은 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물 스트레스 국가이지만 물 부족에 대해 크게 와닿지 않는다. 요즘 갑자기 유행이 되는 과일 중 아보카도가 있다. SNS에서도 많이 등장하는데, 사람들이 갑자기 이 과일을 찾기 시작했다. 아보카도는 재배하는 동안 물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다. 농사 후에는 주변 지역을 사막화시킨다. 끈적끈적한 벙커C유를 연료로 하는 배에 실려 수입되고, 온실가스를 마구 내뿜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입안의 즐거움만을 취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수입된 아보카도를 꼭 먹어야 하는지 진심 궁금하다.

범위를 좁혀보면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밀양 송전탑 사건'으로 지역 주민이 목숨을 끊고 십 년이 넘게 싸우는 동안에도 다른 지역에 사는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누구나 내 집 앞에 송전탑이 놓이는 게 당연히 싫을 거야' 정도였지, 우리나라 전기 생산구조나 그 지역에 송전탑이 반드시 놓여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월성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유독 갑상선암이 많다. 5살 아이의 소변에서 삼중수소가 기준치보다 높게 배출되었다. '피해자'인 주민들이 이사 대책 마련 요구의 일환으로 매주 월요일 경주 시내를 상여를 끌고 이동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본 경주시민들의 시선은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월성 핵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서울, 수도권 시민이 사용하지만 그들은 핵발전소 주민의 고통에 1도 관심이 없었다. 사용한 만큼 전기료를 내는 것으로 끝이다. 그저 편리함만을 취한다.

일하느라 돈 버느라 삶이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우린 많은 것들에 무관심하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른 이들과 관련이 있음에도 우리는 단절된 채 살아간다. "우리"의 범위가 커져갈 때, 가족에서 이웃, 사회, 그리고 환경까지 확대될 때, 우리 모두의 삶이 건강해진다. 우리는 지구라는 한 공간에 한시적으로 임차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뾰족한 마음인 "나만 아니면 돼"의 반대말은 "나도 안 되고 다른 사람도 안 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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