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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Dec 31. 2023

혼자보다는 둘이서 글쓰기(ft.꾸런치)



세상의 모든 것은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친구와의 만남은 말 그대로 약속이다. 신호등이 빨간 불일 때 멈추어야 하는 교통법규나 법은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다. 국가 간에 정한 협약도 있다. 강제력과 법적 책임이 따르느냐 당사자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부르는 이름이 다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약속'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부푼 기대를 안고 새해 목표를 결심한다. 이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며칠 지나지 않아 목표가 흐지부지 해지고, 큰 결심을 하며 구입한 다이어리는 몇 장 쓰다가 말아버리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다이어리를 구입한다(제 얘기입니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혹자는 3일마다 다시 결심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것조차 잊고 살아간다. 연말과 연초에만 유독 활성화되는 그 이름, 새해 목표.

올해 계획한 목표 중 하나는 글쓰기였다. 블로그에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자꾸 브런치 스토리에 마음이 동했다. 검색해 보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블로그와 달리 심사과정이 필요하고, 미리 써놓은 글 몇 편을 글서랍에 넣어둬야 했다. '글 쓰고 싶다'라고 입은 말은 하지만, 오늘 피곤하면 '내일 쓰지, 뭐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았잖아, 언젠가는 쓰겠지?' 이런 마음들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다.

6월 어느 날, 송샘을 만났다. (송샘이랑은 지난해 환경교육사 과정을 함께했는데, 가장 애정하는 분이다) 비건 식당에서 하하 호호 이야기를 하던 도중, "송샘, 저 브런치에 글 쓰고 싶어요."라는 말을 꺼냈고, "그럼 같이 글을 쓸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글을 쓰고 싶다는 건 독자를 기대한다는 뜻이지만 아는 사이인 우리가 서로의 글을 평가한다면 부끄러울 것 같은 생각부터 들었다. 약간의 망설임 끝에 한번 써보기로 했다. 글쓰기 모임의 이름은 '꾸런치'이다. '꾸준히 글쓰기! 브런치 도전!'라는 두 가지 소망을 담았다. 우리가 정한 약속은 '글감을 정하고 일주일에 한 편씩 글쓰기, 온라인으로 매주 일요일 아침 8시에 만나서 한 시간 동안 나누기'였다.

맨 처음 우리가 고른 글감은 '코끼리'였는데, KBS 다큐멘터리에서 본 <플라스틱과 코끼리>를 주제로 글을 써보았다. 환경 다큐나 책을 보고 모임에서 나눈 적은 많았는데, 글로 적어보니 생각이 차분히 정리되었고, 글에도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안 되니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서로의 글을 읽고 나누었다. 나눔의 시간 덕분에 일요일 아침이 느슨함보다는 뿌듯함으로 채워졌다. 우리가 고른 글감은 다양했는데, 예를 들면 시간, 우유, 소비, 밥, 탄소발자국, 책, 정리, 뾰족한 마음, 음악, 과일, 빛, 나무, 교육이 있었다. 글감에 따라 할 말이 많아 글이 술술 써지기도 하고, 지독히도 글이 잘 안 써져 끙끙거리기도 한다. '일상'과 '환경'은 같은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떤 단어를 골라도 결국 환경(주로 환경문제)과 연결되었다. 앞으로 남은 글감이 무궁무진해서 꾸런치가 계속될 거라 마냥 좋다.

글쓰기 시간을 열 번쯤 가졌을까? 아무도 몰래 '브런치 스토리' 신청을 해보았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빈칸을 차곡차곡 채워나갔다. 일상에서 환경과 관련된 접점을 찾고, 온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글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다고 썼다. 여러 번 도전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어필(?) 해야 선정되는지는 잘 모르겠기에 그냥 솔직 담백하게 썼다. 결과를 아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더니, 3일 만에 답신이 왔다. 세상에, 축하의 메일이었다. 일하다 확인했는데 너무 기뻐서 자꾸 입가에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왔다. 저 정말 한 번에 된 건가요? 오마이갓!

내일(12월 31일)이면 글쓰기 만남 27번째 시간이다.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 규칙적으로 쓰지 못했을 것이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글을 쓰다가 멈추거나 그다음 날로 미루었거나, 주저 없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을 테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힘은 아직 덜 만들어졌지만, 대신 내 주위에는 따뜻한 송샘이 있었다. 얼마나 다행인가?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송샘 덕분이다. 날카로운 평가에 주눅이 들어서 더 이상 안 쓰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송샘은 주로 칭찬을 듬뿍해주었다. 나에게 힘을 주려고 나타난 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 덕분에 글 쓰는 재미가 있다. 이제는 좀 더 부지런히 쓰고 싶고,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온라인 세상에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 하루 루틴 챌린지, 무지출 챌린지 같은 함께하는 OOO 챌린지가 많이 보인다. 혼자는 어렵지만 서로가 의지가 되어 같은 목표를 성공하고픈 마음의 표현이다. 함께여서 힘이 나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싶다. 새로운 챌린지를 신청했다. 2024년 1월 한 달간, 밤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매일 30분 글쓰기 챌린지>에 도전한다. 글쓰기에 시간을 좀 더 할애하고 싶은 마음이 신청서부터 작성하고 있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약속)가 있다면 자신을 시스템 속에 집어넣으라는 말을 실천 중이다.

2024년 나 자신과의 약속 중에도 글쓰기가 있다. 송샘과의 글쓰기 나눔은 계속될 것이어서, 1년 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벌써' 보인다. 나의 글쓰기 짝꿍~송샘, 고마워요.

음...(진지한 표정으로) 운동은 누구랑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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