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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Jan 09. 2024

사람도 자연이잖아요.

지난주 토요일, 미용실에 다녀왔다. 7년째 단골인 곳인데, 여긴 1인 미용실이다.

여느 때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는데, 원장님 먼저 운을 떼셨다.


"요즘 날씨가 참 이상해요. 뉴스를 봐도 세계 다른 나라의 날씨도 이상하더라고요."

"맞죠, 겨울이 달라졌어요. 언젠가부터 아예 삼한사온이라는 단어도 안 쓰잖아요. 나라마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난리예요. 비가 없던 지역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고요. 극심한 한파가 기승을 부리기도 하고요"

"겨울이 많이 따뜻해졌어요. 며칠 전에는 일하는데 더워서 땀이 다 났어요."

"예전 같은 규칙적인 패턴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굉장히 추웠다가 또 봄날같이 따뜻했다가 날씨가 제 맘대로 널뛰어요. 온도차도 크고요. "


"또 요즘은 사람들도 이상해요. 너무 흉악한 범죄도 많고요."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다투다 일어난 가족 간 총기 사고 소식을 말씀해 주시는데, 14,15살이 총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해 안 가고, 화가 난다고 가족을 겨누기까지 했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네, 사람들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일면식도 없던 사람에게 몹쓸 짓을 한 기사도 자주 보여요. 원장님, 그 기사 들으셨어요? 어떤 사람이 화장실 문을 잘못 열어 실수로 부딪히게 하는 일이 있었는데요, 바로 사과를 했는데도 인상을 쓰고 위협을 가해서 공포심을 느끼게 했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아주 사소한 실수조차 그냥 넘기지 못해요. 사람들이 좀 무서워요."


이어진 원장님 말씀,

"자연이 다 이상해요. 사람도 자연이잖아요."




"사람도 자연이잖아요"라는 원장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맞아요, 맞아요." 하면서 박수를 쳤다. 격한 공감이었다. 원장님은 이 단순한 문장을 알고 계시는구나. 보통 인간과 자연을 별개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자연은 인간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떴다(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리산 케이블카 추진한다는 산청군과 반대하는 주민 간의 대립이 거세다. 부산 황령산에도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하고, 황령산 정상에는 아파트 25층 높이의 전망대를 만든단다. 높은 산 위에 우뚝 솟은 전망대가 있어야 랜드마크가 되고, 관광자원이 활성화된다고 믿는 것일까. 언제까지 자연을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만 바라볼 것인지 안타깝다. 당장 눈앞의 이윤을 앞세운 잘못된 개발이 환경을 훼손한다. 시간이 지나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애쓴다 한들 절대 불가능하다.

시간이 흘러 이 땅에 살게 될 다음 세대가 "도대체 우리 조상이라는 사람들은 자연을 왜 이렇게 망쳐놓았지?"라고 분노하지 않을까.


인간을 자연이라 생각한다면 함부로 자연에 손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이 망가지는 것은 인간에게도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것을 안다는 말이니까.


"사람도 자연이잖아요."

두고두고 기억하고픈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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