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미술관>

필사 후 단상 중에.

by ooo

마그리트의 그림이 참 인상적이다.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 왠지 많이 아프다. 왜 이리도 아프고 못나고 애처롭고 마냥 안타까운 뒷모습일까. 그림 속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의 뒷모습을 떠올려본다.


기억에 없는 내 뒷모습. 그만큼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다. 문득 그려보니 식탁 의자에 쪼그려 앉아 창밖만 바라보는 내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내 방인 식탁과 사람 없는 집, 유일한 세상과의 소통 창구는 부엌 창이다.


가만히 앉아 흔들리는 나무와 풍경, 새소리, 지나는 사람들의 대화, 차 소리 등을 들으며 고요하게 존재하고 소통하는 일. 그런 뒷모습이다. 그렇게 앉아서 떠오르는 생각에 잠겨 읽고 쓰고 그리고, 반성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지금.


떠올리면 눈물 날 것 같은 뒷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나이기에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안아본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아니 잘 못해도 괜찮다고. 이렇게 나를 받아들이는 일로 살아간다. 그리고 불완전한 나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본다.


인간은 이토록 미숙하기에 서로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조금 더 따뜻한 눈빛으로 다정한 손길로 보듬아주고 등 뒤를 지켜주는 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아이들을 배웅하며 그들의 뒤를 지키고 늘 부모님은 기도로 우리의 뒤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을 아는 만큼 다시 뒤돌아 부모님을 바라보고 궁금해해야 한다. 미운 마음, 속상한 마음 그 이면에 그래도 사랑할 마음을 들여다보고 알아야 한다. 나의 뒤를 지키는 이들의 삶도 그 마음도 모두 고되고 아프고 힘들었음을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 이대로 끝나버리면 영영 알 수 없을 그 이야기들.


이처럼 우리는 모두의 뒷모습을 지켜줄 마음을 애써 바라봐야 한다. 인과를 궁금해하지 않고 기분과 감정에 취해서 세상이든 사람이든 경향만을 바라본다. 그런 좁은 시선과 가벼운 태도를 버려야 한다. 작가의 말처럼 전체를 조망하려는 마음, 뒤를 보며 서 있는 시간, 여백을 보며 행간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 03화<언니네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