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후 단상 중에
'사실 이해도 사랑도 환상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 구절의 여운이 내 머릿속 안개를 그린다. 환상 같은 안개. 그 속을 바라본다. 선명하게 보려 다가갈수록 안개는 흩어지고 도무지 알 수 없음을 깨닫는다. 내려놓기로 한다. 집착도 강박도. 무엇도 보지 않고 그대로 있어보려 한다. 그저 안갯속에 있으므로 그냥 그게 삶이라 여기며 더듬어 가고 또 지나감을 기억할 뿐이다.
삶이 이리도 안갯속과 같이 느껴진다. 그 안개 너머로 가면 걸어온 길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는지 그조차 아무도 모른다. 때론 무슨 의미를 부여함조차 의미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저자는 완전한 앎이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어렵다는 그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는 그 지점에 희망을 두라고 한다. 그렇게 우린 사랑에 관한 환상과 강박을 내려놓는 일이 절실하다. 존재만으로 사랑할 수 있었던 시간을 새긴다. 그 마음을 기억한다. 우리의 삶 역시 흘러감에 맡겨본다.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자유로워지고 싶다.
소중한 이들을 아름답게 바라보던 그 건너의 시간을 기억하자. 애써 자신만의 배를 만들어 바람이 불고 출렁이는 바다를 건너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응원하고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조용히 너의 안에 거주하는 경지를 꿈꿔보며 조금씩 뒤로 물러나 의자에 앉는다.
사랑하는 이들의 모습, 그대로의 풍경을 바라본다. 그리고 기다려본다. 그이들이 따뜻한 관계를 필요로 하는 날에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며 마중을 나가본다. 서로의 온도를 곁에서 지켜주는 노력, 그 사랑을 품고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