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길

by bigjeje

햇살은 따사로운데

한적한 정오의 거리에는

따사로움 조차 머쓱해

그림자로 가리우고

두렵고 슬펐던 그 밤을 잊으려

목소리를 잃은 차들만이 질주한다


좁은 골목길에 드리운 천막들

거짓인 듯 진실인 듯

어린 영혼들의 사진이

웃는 얼굴로 가득하니

다시는 마주칠 수 없는

그 웃음 차마 바라볼 수 없어


가슴애 무거운 돌을 얹고

슬픔조차 내뱉을 수 없고

분노마저 침묵하는 그곳에는

시들어 가는 꽃들이 야속해

그대들의 웃음에 등 돌리며

차라리 자리를 떠나는 발길들


떠나보낸 이들의 마음과

상흔으로 남겨진 그대들의 빈자리

소리 잃은 그 거리에는

가뿐 호흡으로 하늘은 멈추고

백색 침묵의 애도만이

기약할 수 없는 날들로 채워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