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랑에 환승 한 빈티즘 작가의 소망

브런치작가로서 하고 싶은 일

by bigjeje


평생 사랑을 기다리기만 했던 편린이 나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때 세상에 시선을 돌린 나의 귓가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동안 나만을 향한 사랑의 움직임을 좇느라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세상 사람들 삶의 패시지가 시름 거리는 욕망과 잃어버린 연민을 마음 앞에 갖다 놓았다.

가늠할 수 없는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어린 자식을 두고 천상으로의 외출을 그만둘 수 없었던 젊은 엄마의 죽음을 지켜보며 나의 눈먼 의식이 마음을 깨웠다. 아직 라누고(솜털)도 벗어버리지 못한 채 엄마를 잃은 어린 소년의 흠집 없어 더 애달픈 시 한 구절이, 나라를 빼앗기고 난민이 된 사람들의 분해된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편협한 사랑에서 나를 벗어나게 했다.


지하철 층계 한 모퉁이에서 사계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밤늦도록 채소를 팔던 할머니의 부재를 걱정하고, 기도하기 위해 찾아간 성전에서 낯선 중년 남성의 흐느낌을 들으면서 나를 향한 기도는 타인을 위한 기도로 바뀌었다. 그것은 연민이고 사랑이었다. 그러한 나의 새로운 시선의 의식은 사랑을 기다리며 스스로 고립되고 외로움을 자처했던 나의 우수를 미소로 바꿔 놓았다.

넉넉하지도 않고 특별한 재능이나 기술이 없어 직접 나서서 누군가를 돕기에는 부족한 나였지만 아픔이라는 그림자가 누적되고 있는 곳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그림자가 거두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도는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침묵의 일방적인 사랑 사유는 물질의 무소유로 마음을 비운 가벼움만큼이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했던 가족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그 자유를 브런치 서랍 속에 담아 놓기 시작하면서 나에겐 새로운 황금열쇠가 생겼다. 난 그 열쇠를 열고 첫 매거진북을 만들었다. 아직 그곳에 담긴 글은 없었지만, 호기롭게 제목도 달았다.

‘나는 오늘도 사랑을 한다.

누군가는 이 제목을 보고 나이가 들어도 사랑을 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사랑에는 내 시선에 머무는 세상의 모든 이가 주인공이었다. 그것은 사람이 아닌 자연이나 공간 물질일 수도 있다. 심지어 범죄자의 숨겨진 마음이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사랑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브런치에 고백하며 내가 갈구하는 편린의 사랑을 승화시키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시선을 넘어 가슴에 와닿는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글로 담고 싶었다.

그들의 서사는 곧 나의 서사였기에 난 그들을 사랑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 일방적인 사랑은 요구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 다치지 않아 좋았고 무한하고 경계가 없어 편했다.

하지만 나의 브런치 서랍 열쇠를 생각대로 열기에는 굼뜬 나이 듦의 망설임이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기존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는 거였다. 읽는 순간순간 젊음이 느껴지는 신박함과 날(生)것 같은 작가들의 거침없는 표현들은 나에게 브런치 서랍 속의 은둔자로 숨어있어야 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했다. 빈티즘의 퇴색한 사고로 쓰인 글은 현시대의 관심사에는 결코 걸맞지 않았고, 사랑 이야기는 퇴색한 노인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아 볼품없고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았다.


어디서나 발목을 잡던 나이의 무게는 꺼질 줄 모르는 욕망에 마음만 무색하게 했다. 잠시였지만 우수는 깊어지고 마음을 소비하며 그나마 붙잡고 있던 욕망은 소진되어만 갔다.

그때 브런치 작가의 입문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당신의 도전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을 권유했던 어느 젊은 사설 기자의 축하 메시지였다.


아직은 나이의 무게보다도 사랑에 대한 열정의 크기가 커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난 브런치를 통해 세상을 향한 사랑과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기도로 그 열정에 답하고 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어제와 같이 사랑을 하는 일상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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