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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jeje Aug 25. 2023

여기가 제 방인가요?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일을 당하면 호흡곤란이나 심한 현기증을 느낀다고 들었다.

이러한 증상이 꼭 나쁜 일로 인한 충격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경험했다.

지금도 그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지는 않지만 정식으로 내 방을 혼자 차지하고 앉아

편하게 글을 쓸 만큼 회복이 되어가고 있다.


내 생에서 그 어느 순간보다도 기쁨의 충격으로  심장이 멎은 것 같은 떨림이 있었던 날이다.

브런치 작가라는 공식적인 명칭을 받았고 나만의 방이 생겼기 때문이다.


젊다기보다는 어리다는 표현이 맞는 나이에  첫아기를 낳았다.  솔직히 기쁨보다는 우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두려움이 더 컸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큰 아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후에 두 아이가 생겼고 갈수록 기쁨도 느꼈지만 이미 첫 아이를 키우는 어려움 때문에 충격적일 만큼

기쁘지는 않았다.

세 녀석을 키우다 보니 공간은 늘 비좁고 부족해  나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아이들은 커 갈수록 자신들의 사생활 존중을 운운하며  각자의 공간을 요구하고 차지했다.

지금도 나의 유일한 공간은 사생활이 모두 노출된 거실의 한 켠이다. 그래도 성인이 된 아이들이 자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좋은 날이 늘고 있다.


간혹 혹시 작가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었다. 그렇게 봐주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괜스레 무안해져서 솔직히 아니라고도 못하고 미심쩍은 미소만 날리곤 했었다. 암암리에 작가가 돼고 싶다는 마음속의 욕망이 무늬로만 그렇게 보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변함없이 꿈만 잡고 있는 자신을 탓하거나 주어진 환경을 빌미로 나를 합리화시켰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오늘 해결되었다. 꿈을 이루기 위한 시발점의 날이 되었다.

작가라니 더구나 브런치라는 브랜드의 작가 호칭과 내 방도 생겼다. 그것도 작가로서의 방이 말이다.


살아오면서 좋은 날과 나쁜 날을 만나 화해하고 조율하면서 하나의 주문처럼 마음에 걸어 놓은 단어가 있다.

삼한사온(三寒四溫), 날씨에 비유된 이 말은 살아오면서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참을성 있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을 갖게 했다.  오늘이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 이틀만 더 견디면 사흘은 좋은 날일 거라는 희망과

좋은 날이 찾아왔을 때는 기다리고 있을 힘든 날을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그 기쁨을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의 날씨에 대한 표현에서 인용을 한 것이지만 살다 보니 삶의 일상이 그러한 주기를 거친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 스스로 위로받고 때론 주위를 둘러보는 이타심을 일깨워줬다.


나는 '미메시스'라는 말을 좋아한다. 간단하게 모방이라고도 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재현이 되고 더 심오하게 가면 창작이 된다. 이 모두는 문화를 벗 삼는 인간의 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동반자이다.

브런치라는 같은 공간에서 나에게는 가족도 생겼다. 그들은 나에게 모방에서  재현 그리고 창작에 이르도록 영감을 주리라 믿는다.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여기가 정말 제 방 맞지요?


#나는오늘도사랑을한다. #삼한사온 #미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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