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제훈 Jun 05. 2023

비덩주의

6월 음식

나는 고기를 소비하지 않는다. 

비건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나는 고기는 소비하지 않고 해산물과 유제품은 소비하고 있다. 

페스코베지테리언이다.



(출처- 서울특별시교육청)


위의 표를 보고, 나를 정확히 정의하자면 플렉시테리언이라 할 수 있다. 외식하거나 친구들과 밥 먹을 때마다 국물에 들어간 육수나, 반찬에 들어간 조미료 등에 대해 자세하게 묻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지향하는 채식은 눈에 보이는 고깃덩어리를 먹지 않는 것이다. 이는 ‘비덩주의’라 불린다.


내가 채식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환경 보호, 동물권, 축산업, 낙농업 등에 관해 설명할까했지만 이 글에는 적지 않기로 했다. 이 글은 여러 종류의 채식을 하는 사람이 있음을 알리는 데 목적을 두었다. 글을 읽는 당신도 채식을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적고 있는 글이다.


우리나라에서 채식하는 사람들은 쉽게 공격받는다. 고기를 왜 안 먹냐는 걱정으로 시작해서 먹어야 한다는 설득으로 끝나기도 한다. 고기를 안 먹으면 건강이 위험하다는 경고로 시작해서 당장 먹어보라는 강요까지 여러 주장을 듣는다.


3년 전 채식을 처음 시작할 땐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열심히 대답해 주었지만 이젠 한 귀로 듣고 흘린다. 그들은 진심으로 고기를 안 먹는 내가 걱정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기분을 못참는 것이다. 아래는 같이 식사하면서 각자의 메뉴를 시켜 먹는 상황에서 그들과 나눈 대화 예시다.


본인 : 사장님, 비빔밥에 고기 들어가요?

상대방 : 그건 왜?

본인 : 제가 고기를 안 먹어서요.

상대방 : 왜?

본인 : 환경에도 안 좋고, 동물권도 그렇고…

상대방 : 그럼 나는 환경이나 동물에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란 거야?


위 패턴이 무조건 등장하기에 나는 큰 설명을 하지 않는다. 내가 언제 같이 채식하자고 했나, 상대방의 메뉴까지 억지로 골라주길 했나… 난 그저 식당 사장님에게 고기 안 들어간 메뉴가 무엇이 있는지를 물어봤을 뿐이다. (글 쓰는 지금도 억울하다) 이런 대화가 몇 번씩 반복되다 보니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그저 난 내가 고를 수 있는 나의 메뉴만을 사수할 뿐이다.


분명 이 글도 채식에 관심 있는, 나와 함께 채식을 시도하는 나의 전우들이 읽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비건이라 소개하는 데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매번 공격받는 우리의 동지들을 전우라 칭하겠다. 대부분 채식을 검색해서 이 글을 클릭한 사람들일 테니.


세상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고기를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일주일 중 한 끼는 고기 없이 먹어본다거나, 내 돈으로는 고기를 사 먹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이 모든 방법은 지구를, 동물을, 미래를 위한 소중한 발걸음이다. 완벽하게 비건이 되지 않았음에 죄책감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우리 다양한 방법으로 채식을 시도하고 지속해 보자. 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우들에게 나의 인스타그램 요리 계정을 소개한다. 

내가 만든 고기 없는 한 끼 식사를 사진찍어 올린다. 종종 비건 식당 후기도 남기니 확인해 보자.   


@ to_near_vege

https://www.instagram.com/to_near_vege/

작가의 이전글 Sleeper Hi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