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빛 아레강이 흐르는 베른

곰의 도시 베른(Bern)

by 아침엽서




벌써 9월 9일 화요일이다. 3일 수요일에 출발했으니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받아 놓은 날은 금방 온다고 했다. 아마도 자꾸 헤아리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가는 시간이 아쉽다.



숙소 앞에서 찍은 사진 : 아침에 일어나보니 안개가 자욱했다.


며칠 째 날이 흐리다. 아침에 일어나니 진한 안개향과 함께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린다. 오늘은 베른으로 가기로 했다. 느지막하게 그린델발트를 출발, 인터라켄 ost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스위스 수도인 베른으로 갔다. 첫날 비행기가 도착한 취리히를 제외하고 계속 산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다가 도시로 처음 나갔다. 다행히 베른에 도착할 때쯤엔 날씨가 맑음으로 바뀌어 화창해졌다.


첨탑과 성과 붉은 지붕으로 둘러싸인 중세 도시, 베른은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로 유명했다. 먼저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기 좋은 장미정원으로 갔다. 장미정원이라 불릴 만큼 장미를 보지는 못했지만 전망대 역할은 톡톡히 했다. 버스를 타고 장미정원까지 올라간 다음, 걸어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여, 최고의 조망포인트에서 시내를 구경하고 내려오니 바로 곰공원이 있었다. 웬 도시에 곰과 곰공원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베른(Bern)이라는 이름이 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곰은 베른의 상징이라고 한다. 곰공원에는 커다란 곰이 눈앞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장미공원
곰공원의 곰


곰공원에서 아치형 니데크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향했다.


어디에서 보아도 앵글안에 들어오는 베른 대성당의 첨탑


어렸을 때, 우리나라의 강은 높은 강둑 사이의 가운데로 물이 조금씩 흐르는데 왜 유럽의 강은 강둑까지 찰랑찰랑 강물이 흐르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강변에 바싹 붙은 산책로와 그곳에서 다정하게 걷는 연인들의 사진들. 나중에야 우리나라의 기후가 여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특징 때문에 여름에 많은 폭우를 대비하여 넓은 강이 필요했고, 여름에만 많은 물이 흐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베른을 관통하는 아레(Aare) 강, 알프스의 빙하가 녹아 흘러내린 에메랄드빛 수색, 이 물은 융프라우요흐 지역의 빙하에서 시작된 물이 인터라켄을 거쳐 여기 베른까지 흘러오는 것이라고 한다.



도시가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한적하다. 관광지만 사람들이 북적였다. 스위스는 밤문화가 없다고 한다. 유흥가가 없는 특이한 도시, 특이한 나라, 스위스.


여행하는 동안 마음에 제일 오래 남는 것은 도시의 거리가 아닐까? 특히 베른의 도시 풍경은 어느 것 하나 예술 작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바닥을 걷고 건축물을 보고 그곳에 흐르는 바람을 느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 여행은 그런 건가 보다. 내가 있는 여기를 꾹꾹 눌러 담은 후 먼 훗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꺼내어 보는 것.



베른 대성장 오른쪽 동상이 모세의 분수

베른 대성당은 수위스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100m 높이의 첨탑이 상징인 곳으로 정문의 ‘최후의 심판’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정문에 234개의 조각상은 유럽 고딕 조각의 걸작으로 꼽힌다. 천국의 가는 사람과 지옥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조각가 에르하르트 퀸크 작


유럽의 사실적인 조각들은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수리를 하는 듯한 사람이 보인다.



베른 대성당의 내부 천장은 늑골 궁룽 구조로 좁고 높은 공간을 지탱하면서도 시선을 위로 향하게 하여 웅장함과 상승감을 느끼게 한다.


죽음의 무도: 해골이 교황, 황제, 농민, 장인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모습을 통해 죽음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15세기에 제작되었으며 특히 죽음의 무도와 만 명의 순교자 창문이 유명하다고 한다. 스테인드 글라스는 볼 때마다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놀라고 작가의 섬세함에 또다시 놀라게 된다. 부드러운 색으로 강한 햇빛이 살짝 무뎌지도록 만들어 주는 스테인드글라스, 밝혀주되 강하지 않고, 퍼지는 빛과 색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최고의 전망대라 불리는 첨탑은 344개의 좁은 나선형 계단으로 되어 있었는데, 우린 특히 100m 높이를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은 둘째 딸이 조용히 첨탑을 패스했다.


치크글로게 시계탑

유럽의 도시들은 시계탑이 자주 보인다. 베른의 치크글로게 시계탑은 구시가지의 상징적인 시계탑으로 치크글로게가 시간 종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탑은 13세기 초 베른의 서쪽 성문에 처음으로 지어졌으나 도시가 확장되면서 성문의 기능을 잃었고, 1405년 대화재 이후 지금의 시계탑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매시 정각이 되기 전에 시계옆의 기계 장치들이 움직이며 쇼를 펼친다. 황금 닭은 날개를 퍼덕이며 울음소리를 내고 곰들이 줄지어 돌아가고 시간의 신(크로노스)은 모래시계를 뒤집고 입을 벌려 시간을 알리고, 기사(한스 폰 탄)는 탑 꼭대기에서 망치로 종을 쳐 시간을 알린다.


상단 커다란 시계는 우리가 흔히 보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이고, 하단은 천문 시계인데 15세기에 제작된 아주 정교한 시계로 시간뿐만 아니라 날짜, 요일, 달의 위상(달의 모양), 황도 12궁(황도는 태양이 하늘에서 지나는 길이다. 황도를 따라 배치된 12개의 별자리)의 위치까지 표시한다. 시곗바늘이 어느 별자리에 있는지에 따라 오늘이 1년 중 어느 시기, 도는 어느 계절인지를 알게 되는, 즉 중세 시대의 달력이 표시되어 있는 셈이다. 이 시계는 당시의 최첨단 과학 기술이 집약된 예술품이라니 스위스의 시계가 그냥 명품이 된 것이 아니었다. 매시 정각에 황금 닭이 울고 곰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관광객들로 붐볐다.


스위스 연방 궁전
스위스 국립은행


참새방앗간처럼 꼭 들러 구경하고 가는 스타벅스



맑게 개인 높은 하늘도, 한가롭게 흐르는 낮은 구름도 한 폭의 풍경화가 되었다.



빨간색 의자가 인상적인 광장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다시 걸었다.


베른 미술관
살짝 구부린 다리가 지친 삶의 무게로 다가왔다

시내를 걷다가 뮤지엄에 들러 그림을 감상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 책에서 저자의 어머니는 어린 작가를 데리고 미술관에 자주 다녔는데, 항상 제일 인상적인 그림 한 점을 고르도록 했다는 글을 보았다. 그 후로 나도 미술관에 가면 가장 기억에 남은 한 점은 기억해보려고 한다. 하얗게 쇤 머리와 긴 수염이 있는 노 목수가 나무토막 앞에서 저 나무토막으로 무얼 할지 생각하는 이 그림으로 정했다. 삶의 무게가 참으로 무겁게 느껴졌다.



걷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노부인을 만났다. 도시의 은은한 연베이지와 셔터의 톤다운된 민트색, 횡단보도의 진노랑과 어우러진 보랏빛 코트, 화려한 패션이 도시와 참 잘 어울렸다.


나는 거의 어스 칼라라고 불리는 베이지, 아이보리, 오트, 브라운 등의 차분한 색들을 즐겨 입는다. 그런 내가 화려한 색감을 보며 ‘나도 늙어서 저렇게 입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유럽에서 만난 화려한 색감의 노부인 패션에 반해서, 입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잘 어울리게 입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




걸으며 도시를 느끼기에 좋은 날, 우린 점심으로 쿡에서 산 샌드위치를 먹으며 베른을 만끽했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