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티의 천국 휘르스트(first)

제일 만만한 마운틴 카트

by 아침엽서



스위스 여행 시 대부분의 여행객이 사용하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정해진 기간 동안 스위스 전역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철(sbb), 버스, 시내버스, 트램은 물론 유람선까지 무제한 탑승 가능하다. 스위스 내 500개 이상의 박물관과 미술관, 성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2,4,6,8,15일권이 있는데 그 기간 동안 연속으로 사용가능해서 연속패스라고 했다. 우린 15일 동안 사용가능한 15일 연속패스를 구입했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는 산악 열차 및 케이블카의 일부 노선은 무료 이용가능한데 융프라우요흐와 피르스는 25%~50%의 할인혜택만 있어서 우린 융프라우 패스를 어제 다시 샀다. 패스가 2일권이라 오늘은 융프라우 패스를 사용해야 하는 first에 가기로 했다.



그린델발트

휘르스트는 그린델빌트에 위치해 있기에 우린 바로 곤돌라 승강장으로 갔다. 아침부터 비도 왔고, 날이 흐려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보통 일행들끼리만 타고 곤돌라는 출발했다. 우리도 곤돌라를 탔는데 예상치 못했던 뒤의 남자 둘이 함께 올라탔다. 휘르스트까지 올라가는 25분가량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일본인인데 호주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여행 이야기와 숙소 이야기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이프랜드??라는 딸의 질문에 no, hunsbend라는 답이 돌아왔다. 딸의 대답은 ‘oh, lovely~~ ’ 오! 저 순발력! 말로만 듣던 동성부부를 처음 마주쳤는데, 당당하게 남편이라고 말하는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일본에서 살기 힘들어서 편견이 덜한 호주로 갔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 혼자 조금 슬펐다. 그들은 액티비티 하러 왔다더니 내리자마자 바이를 외치고 빠르게 사라졌다.


휘르스트는 해발 2,166m의 정상에서 짜릿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어 어드벤처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내리자마자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눈에 띄었다.



아침에 내린 비탓에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웠다. 절벽 위로 난 구름다리(First Clirr Walk)를 걸으며 알프스 3대 북벽으로 유명한 eiger north face를 구경했다. 정상에 있는 clirr walk 전망대에서 높이 1800m의 직벽, 눈과 빙하로 뒤덮인, 등반 역사상 산화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등반하기 어렵고 험난한 아이거와 그린델발트 마을을 감상했다. (알프스 3대 북벽은 아이거, 마테호른, 그랑드 조라스라고 한다.)


360도 산으로 이루어진 아찔한 파노라마 절경을 보며 데크길로 한 바퀴 도는데 날이 추워서 오들오들 떨었다. 바흐알프호수까지 하이킹을 가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좀 따뜻하게 입을걸 후회하며 빨리 내려가기로 했다. 아! 여기도 사랑의 불시착 드라마 촬영지가 있었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들이 재회한 배경이라고 했다. 스위스에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지 표지가 있다는 것은 좀 뿌듯했다. 드라마 팬들이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는 뜻이니까.(융프라우요흐와 클라이네 샤이텍에도 촬영지 표지판이 있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지로 온 우리는 액티비티를 구경만 하면서 걸었다.


하늘에 매달린 쇠줄들. 휘르스트 플라이어(first flyer)는 의자에 앉아 800m 길이의 쇠줄을 타고 시속 84km로 내려가는 짚라인이었다. 휘르스트 글라이더(first Glider)는 독수리 모양의 기구에 4명이 엎드린 채 매달려 하늘을 나는 듯이 매달려 내려가는 액티비티였다. 여기저기서 스피드를 즐기는 고음의 소리들이 들렸다. 단계별로 액티비티가 있었다. 겁이 많은 우리 부부는 즐길 만한 것이 없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며 우린 정상에서 멀어졌다. 뒤에 따라오는 딸의 표정이 흐린 하늘보다 더 어두워져 있었다.


10년 전쯤, 둘째의 회사에서 부부동반 베트남 여행을 보내 준 적이 있었다. 남편이 일주일간의 휴가를 낼 수 없어서 나와 둘째가 여행을 가게 되었다. 회사에서 호텔방에 커다란 열대과일바구니를 넣어줬는데 망고가 덜 익었다고 딸은 시장에서 망고를 사겠다고 했다. 나는 과일을 무척 좋아하지만 호텔조식으로 과일을 맘껏 먹었고, 저녁엔 하루 종일 관광하면서 특산물을 사 먹다 보니 배도 부르고 호텔에 와서도 과일이 먹어지지 않았다. 과일바구니에 있는 과일을 다 먹지도 못하고 갈 것 같아 사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되었다. 미식가라 먹는 것도, 요리하는 것도 관심이 많은 딸인데, 그냥 남기더라도 사줄걸... 오랫동안 후회를 했다. 그 후에 딸과 함께 여행 가면 먹고 싶은 거 다 사주려고 다짐했었기에 그중 뭐라고 타보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제일 만만해 보이는 마운틴 카트였다.


현장에서 요금을 지불한 후 주의사항을 듣고 카트에 올랐다. 마운틴 카트는 페달 없이 브레이크로 속도를 조절하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삼륜 카트로 슈렉펠트에서 보어트 구간을 타고 내려올 수 있다.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심해서 바로 속도가 올라갔다. 딸, 나 그리고 남편이 뒤에서 출발했는데, 씽씽 달리는 딸 뒤에서 나도 살짝 속력을 내려고 하면 자꾸 남편이 속도 줄이라고 불렀다.


주의사항 설명 할 때 겁을 줘서 무서울 줄 알았는데, 전혀 무섭지 않고 의외로 무척 재밌어서 내릴 때는 더 길었으면 했다.


마운틴 카트 : 패달이 없다.


내려오는 동안 날이 좋아졌다. 우린 멘리헨으로 가서 트래킹을 하려고 그린델발트터미널로 가서 멘리헨으로 가는 곤돌라를 탔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 린트에서 마신 코코아는 따끈하고 달달해서 매우 맛있었다. 그러나 어찌나 단지 오래 입에 남아 있는 달콤함으로, 그날 이후 한참 동안 쵸코렛을 입도 대지 못했다.


곤돌라를 타고 멘리헨으로



곤돌라로 멘리헨으로 갔다. 멘리헨역에는 어린이를 위한 나무 꼭대기 트레일, 목동 놀이터가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는 여행객들이 즐기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리헨부터 그린델발트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발밑에 야생화가 핀 목초지를 따라 끝없이 걸었다. 멀리 보이는 산맥들, 평화로운 소들을 보며 걷는 동안, 외국인보다 한국인들을 더 많이 만났다. 가족여행을 온 한국인들과 팀으로 온 듯한 한국인 부부들과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핫스폿도 공유하고, 쉬다가 떠나면서 경치 좋은 곳이라고 권하기도 하고... 정이 많은 한국인들이다. 우리도 그렇고 그들도 정보를 얻는 공간이 비슷비슷해서 인 걸까? 한국인들이 여행을 좋아해서일까?


걷다가 말로만 듣던 마멋을 만났다. 걸음을 멈추고 귀여운 마멋을 보면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어린) 일본 여행객이 무얼 보는지 물었다. 마멋이라고 얘기해 주었더니 역시 걸음을 멈춰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함께 걷게 된 그 일본 관광객은 한국이 내셔널 홀리데이냐고 물었다. 그 정도로 한국인들이 참으로 많았다.


지우기
좌: 마멋: 바위위에 앉아있어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름이 한풀 꺾여서 인지 야생화들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한참 걷다 보니 초원에 우리만 남아 있었다. 푸른 초원에 스위스전통가옥들이 띄엄띄엄 있고 풀 뜯는 소들과 카우벨소리, 이젠 카우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가끔 지나가는 차 한 두대 정도.


하산 길에 잎이 은회색으로 반짝이는 전나무로 추측되는 키가 큰 나무를 보았다. 잎에 눈이 내린 듯한 이 나무로 크리스마트 트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