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재난에 맞서는 과학
붉은색의 표지, 파란색 네모 안의 노란 우산
표지만으로는 그저 예쁘기 그지없는 이 책의 제목은 <재난에 맞서는 과학>
겁이 많은 나는 전문성도 없는 채 화학물의 화학작용을 두려워하곤 했다.
집에서 쓰는 청소용 제품이 효과가 좋다는 광고를 보면 의심부터 했다. ‘효과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독한 것이 아닐까? 몸에 해롭지 않을까?’
세탁용 제품도 주방용 제품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영양제도 섞였을 때 혹시 일어날 화학작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살균제라지 않는가? 해로운 균을 죽인다니 세제보다 훨씬 안전해 보이는 가습기 살균제, 생활 속에서 쉽게 사용했던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로운, 생명을 앗아 갈 만큼 해로울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독성을 찾아내고, 가습기 살균제와 병증의 인과관계를 찾아 증명하는 일은 어렵고 지난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어떻게 결론 내려졌는지 어느 순간 잊고 있었다.
이 책을 보고서야 그런 사건이 있었지? 하고 떠올렸다. 미안하게도.
박진영 작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연루된 과학을 연구하며’ 피해자들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파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으며 누가 책임지는지와 어떻게 소리를 내어 알렸는지를 꾸준히 뒤쫓았고 논문으로 기록했다.
그리하여 우리, 즉 정치인과 과학자와 시민사회 모두가 함께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고 재난에 대처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했다.
마트의 진열장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가습기 살균제, 위험이 그렇게 가까이에 있었다는 슬픈 사실, 아직도 고통받고 있을 피해자들, 끝나지 않아서 마음이 아픈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