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동쪽이냐, 서쪽이냐?
세계일주 항공권의 루트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방향' 결정이다. 오른쪽으로 갈 것이냐, 왼쪽으로 갈 것이냐. 이 항공권의 특성상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이 말인즉슨 내 여행의 첫 대륙이 아메리카냐, 유럽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크게 고민스럽진 않았다.
미래의 계획이나 걱정 따위는 이미 머릿속 '아몰랑' 폴더에 넣은 뒤라, 노천카페에서 그림일기나 그리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뒷짐 지고 미술관이나 박물관 구경을 하다 숙소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숙소에는 고양이들이 있을 테고 공통의 화제가 있는 집사들이 있으니 딱히 어딜 나가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이렇게 우아(!)를 떨고 앉아있기엔 그렇지, 유럽이지. 암요.
첫 도시로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가 선택된 것은, 순전히 1등석에 버금가는 비즈니스석을 운영하는 보잉 777-200ER의 '프레스티지 슬리퍼'가 취항하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같은 돈, 같은 시간을 날아갈 거면 최고의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거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비엔나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심카드 구입을 하지 않았음에도 별 어려움 없이 한 방에 훅 도착. 문제의 the 배낭은 긴장을 한 탓인지 벌써 요령이 생긴 건지 처음 맸을 때의 충격은 사라지고 얼추 몸에 맞춰진 듯 느껴진다.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라 숙소에 도착해 간단히 장을 보고 동네 산책을 하려 했지만 아이고... 마트에서 독일어로 된 상품 설명을 추리하는데 에너지를 다 쓰고 집으로 서둘러 귀가했다.
고양이들이 있는 숙소들로 이 여행을 꾸렸지만, 이제 막 시작된 내 여행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2시간가량을 날아와 5시간의 시차를 견뎌야 하는 내 몸에게도 양해가 필요했다. 그래서 고양이는 없지만 비엔나를 여행한 여성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던 비비안의 집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계부 쓰고 그림일기 그리고 오늘은 일찍 자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