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에너지 고갈

헝가리, 부다페스트

by 므스므

매일 아침, 기적을 경험 중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평생을 통틀어 거의 경험해 본 적 없는 수면 패턴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현재 정신과 펠로우로 근무 중이라는 비비안은 이번 주가 휴가임에도 습관은 어쩔 수 없어 일찍 일어난다고 했다. 나는 소파에서, 비비안은 부엌에 서서 모닝커피를 홀짝대며 수다를 잠깐 떨었다.


이 집은 남자 친구와 함께 살려고 구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놈'과 헤어지자, 혼자 살기 너무 넓으니 에어비엔비나 해볼까, 하여 2년 전부터 호스트가 되었다 했다. 서울을 여행해 본 적이 있다는 비비안은 한국을 좋아했다.


"난 요리하는 거 좋아하거든. 근데 가끔 귀찮으면 배달해 먹기도 하는데 여기 배달음식들은 정말... 하! 시간이 너무 걸려. 어제도 터키 음식 주문했다, 1시간 만에 오는 바람에 막상 먹기가 싫더라고. 그런 면에서 서울은 정말 살기 좋은 곳이더라. 한국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겠지만 난 좋다는 쪽에 한 표. 인터넷도 빠르고 24시간 카페도 있고 말이야. 우리 집에 오는 한국 게스트들 중에 집 앞 슈퍼가 7시에 문을 닫는다는 소리를 하면 대부분 엄청 충격을 받아. 말도 안 된다고 말이야. 우린 뭐 늘 그러려니 하지만."


커피 한 잔 마실만큼의 짧은 수다였지만 예의바름(같은 동양인이라 그리 느꼈는지 모른다. 비비안은 중국에서 태어나 20살 무렵 온 가족이 오스트리아로 이민을 온 거라 했다)과 차분함을 갖춘 멋진 아가씨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비비안은 또다시 엄마(이 재밌는 엄마의 이야기는 다음에)에게 불려 나갔고 커피 한 잔을 더 마시며 동네 지도를 구경하던 내 눈에 들어온 정보 하나. 여기서 멀지 않은 기차역에서 헝가리로 넘어가는 기차를 쉽게 탈 수 있다는 말에 앞 뒤 재지 않고 벌떡.


그리하여 국경을 넘나 든 오늘, 장장 10km는 거뜬히 걸었나 보다. 인스타 사진 정리하고 나니 눈이 안 떠지네...


왼쪽은 비엔나, 오른쪽은 부다페스트 기차역


다뉴브 강가의 신발 조형물. 처음엔 자살한 사람들을 위한 건가 했는데 유대인 학살을 애도하는 조형물이라고.


시장 구경이 세상 제일 재밌다 @부다페스트 그레이트 마켓 홀


알록달록 색깔들의 향연 @부다페스트 그레이트 마켓 홀


비엔나로 다시 돌아올 땐 버스를 탔다


그림02.jpg 그림일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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