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비비안과의 마지막 밤

오스트리아, 비엔나

by 므스므

도착하던 날이 월요일이라 비엔나 시내에서 무제한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일주일 교통권을 끊었었다. 이게 언제 끊어도, 그때부터 7일을 주는 게 아니라 무슨 요일에 끊더라도 일요일 자정이면 끝이 나는 이상한 논리의 티켓이었다.


하여 별 다른 목적지가 없던 나는 교통비 부담 없이 숙소로 들어왔다가, 심심하면 또다시 나가곤 했다. 오늘 전철 역사에서 불시 검문을 받으며 당당히 티켓을 보여주고 나니 정말로 뽕을 뽑았단 생각이 든다.


동네 구경, 사람 구경이 좋은 나 같은 사람에겐 무제한 티켓이 딱이다. 특별한 목적지도 없거니와 트램과 지하철, 버스를 번갈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이 서울에 와서 홍대나 인사동 같은 곳을 가는 게 아니라 미아리나 불광동쯤에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아시아인을 이렇게 보기 힘들기도 쉽지 않다.


IMG_8509.HEIC 비엔나까지 날아와서 똥삽을 구경 중이라니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판단해, '슈니첼'이라는 비엔나식 돈가스를 파는 유명 식당을 방문했다. 몹시도 짜다. 놀랍지도 않다. 반도 못 먹고 싸주세요, 했지만 다시 먹을 수 있을까?


IMG_8658.HEIC 사진의 왜곡이 아니다. 실제로 이만하다


비비안과의 마지막 날이라, 어쩌다 보니 수다가 길어졌다. 그녀가 정신과 의사라서일까. 내가 이 여행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 꺼내놓게 되더라. 낯선 사람에게 처음으로 내비친 내 이야기였다.


네가 의사라서 그런지 내 얘기를 술술 하게 되네. 진찰비를 줘야 할까 봐,라고 얘기하니 깔깔댄다.


이제 내일부터는 정말 고양이와 집사를 만나러 간다. 여행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다.


그림05.jpg 그림일기 #05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4] 귀호강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