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by 므스므

질리언은 출근을 하고 나는 아침부터 모시모시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고양이 금단 현상이 심각하다.


모시모시는 생긴 것과 달리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고양이였다. 테라스에서 햇볕을 쬐고 있자니 테이블 위로 올라와 내 얼굴을 바라본다. 어쩌면 모시모시의 지정석을 내가 뺏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이, 닝겐. 엉덩이 좀 치워보지?' 하는 얼굴 같아서 간식으로 딜을 해야 했다.


별 거 아닌, 그저 모시모시를 만지고 골골송 소리를 좀 들었을 뿐인데도 마음이 이리도 말랑말랑해지다니.


모시2.png 정말 늠름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모시1.png 저 비듬을 우얄꼬


비비안의 집에서 냉장고 털이를 했던지라 장도 볼 겸 집을 나섰다. 역시나 또 목적지를 잊어버리고 동네를 뱅글뱅글 돌아 한참을 걷다, 건물 윈도우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오늘 세수도 안 하고 머리는 까치집을 한 채 아침 댓바람부터 동네를 어슬렁거렸다는 걸. 이런.


장을 보고 왔더니 마침 점심을 먹기 위해 질리언이 돌아와 있다.


질리언은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독일어만큼이나 편하다는 UN의 프리랜서 전문 통역가다. 집에서 전철로 몇 정거장만 가면 UN이 있다니. 나라 스케일이 참. 그래서 미팅 스케줄이 빡빡하지 않으면 가끔 오늘처럼 집에 와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나간다 했다.


함께 점심을 먹으며 내 의문이 풀렸다. 집안꼴이 그랬던데는 질리언만의 이유가 있었다. 가사도우미인 마리아가 오기 직전이면 이 상태가 되기도 하고 특히 이번엔 출장을 갔다 오며 빨래를 정리해 둔 방문을 열어두고 가는 바람에 모시모시의 털 천지가 되었단다.


집안일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는 질리언은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마리아에게서 잔소리들을 때가 가장 무섭다 했다. 자신이 출장을 떠났을 때 마리아와 그녀의 아들이 모시모시를 돌본다는 걸 보니 이미 갑을 관계를 넘어선 지는 오래된 듯하다.


저녁엔 질리언이 추천한 '빈 음악협회'(빈필이 신년음악회를 여는 곳)에서 열리는 모차르트 콘서트의 퍼포먼스(공연이라 부르기 민망하다)를 보고 왔다. 관광객들을 위한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밍밍한 공연. 질리언이 조언한 대로 보다가(듣다가가 아니라) 질리면 언제든 나올 수 있도록 스탠딩 표를 샀고 결국 도중에 나왔다. 그래도 중학교 3년 내내 악보가 너덜거리도록 연습했던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뮤직(일명 세레나데)'을 본토에서 들었다, 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IMG_8868.HEIC 연주자들이 귀엽다


IMG_8872.jpg 정들었던 무제한 티켓과 이별하고 1회용 티켓을 샀다


그림07.jpg 그림일기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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