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비엔나
어젯밤 급성 천식이 도지는 바람에 밤새 일어나 앉아 있다가 새벽에 잠깐 잠들었나 보다.
백여 일 동안 지긋지긋할 만큼 준비, 준비, 또 준비를 해놓고 흡입기를 안 가져오다니.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잊었다기보다, 1년에 한 번 쓸까 말까 했던 흡입기였기에(평소엔 가방에 늘 들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포기한 짐 목록에 집어넣었던 것이 원인이다.
분명 고양이 집들을 방문하면 알러지 신호가 올 것을 미리 예상 못한 건 아니다. 그래서 평소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눈을 위한 알러지용 안약만 잔뜩 가져오고 천식은 간과했다. 누굴 탓할까.
아침이 되니 다시 살만해졌고 밤의 일은 망각의 강 저 너머로...
집 근처에 놀이동산이 있다는 걸 테라스에 앉아 있다가 알게 되었다. 몇 개의 지붕들 너머로 쪼오기에 대관람차가 보이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오늘은 동심의 세계닷.
내일 아침 7시 비행기로 두 번째 도시 포르투로 향한다. 유심이 없기도 하고 한국 핸드폰은 정지했으니 그 새벽 시간에 우버를 부를 수가 없어(부르는 건 와이파이 빵빵한 집안에서 한다 해도 길거리로 나가는 순간, 내 핸드폰은 아주 비싼 고철덩어리가 되는 걸) 이를 어쩌나 했다.
S반과 U반의 첫 차가 새벽 5시 정도부터라 대중교통도 방법이 아니다. 질리언에게 고민 상담을 했더니 울랄라~
"나도 새벽 비행기 자주 타거든. 집 앞 정류장에서 한 번에 가는 기차 있어. 25분밖에 안 걸리고 요금도 4유로 정도 밖에 안 해. 우버 타면 25유로는 넘게 나올 걸? 내가 기차 시간표 봐줄게"
뭔가 비엔나에서는 기대 밖의 것들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호주 멜버른과 함께 꼭 다시 와서 오래 머물러 보고 싶은 도시로 등극.
다시 짐을 싼다.
(라고 쓰고 욱여넣는다 로 읽는다)
* 모시모시가 내 가방을 깔고 앉아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뭐가 좋은지 골골송 소리까지 우렁차다. 오늘 밤이 우리의 마지막 밤인걸 아니? 모시모시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