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 도우루 강의 결계

포르투갈, 포르투

by 므스므

아침 일찍 장도 볼 겸 숙소 근처 동네 산책에 나섰다.


가까운 곳에 포르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볼량 시장'이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 시장은 사랑, 이기에 들러봤다. 야채며 고기들의 신선도가 아주 좋았지만 사랑스러운 포르투의 물가에 비해 다소 비싼 가격들이다. 호스트 플라우시나의 말처럼 '있는 사람들의 시장'이 맞나 보다.


그래도 입구에 걸린 상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걸개그림을 보니 이들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되었다. 큰 화재가 있었다 들었는데, 삶의 터전을 다시 찾은 상인들의 퐈이팅이 느껴졌달까.


볼량.png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상인들의 얼굴에 압도되었다 @볼량 시장


산책 도중 모닝커피를 하는 사람들이 카페마다 잔뜩 앉아 있길래 나도 한번 끼어 앉아보기로 했다. 한 블록을 휘돌아 가장 사람들(동네 주민들로 보이는)이 많은 카페를 찾았고 마침 목이 말랐는데 오렌지 주스를 포함한 모닝 세트가 있길래 시켜보았다.


카운터 너머 무표정한 얼굴로 할 일을 하고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포스로 보아, 끊임없이 들어오는 손님들의 테이블을 정리하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던 판박이 얼굴의 중년 아저씨로 보아,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맛집임에 내 여행경비 모두 건다. 매일 아침 이 집을 참새 방앗간으로 삼으리.


아침식사.png 에그타르트의 맛에 반해버렸다. 본토의 맛이란 이런 것이다.




다음 여행지인 리스본으로 가는 교통편을 오늘까지도 결정 못하고 있었다.


무계획자로 살면 가끔 요금 폭탄을 맞을 때가 있다. 부다페스트 가는 열차 요금이 그랬다. 검색을 좀 더 해봤더라면 훨씬 저렴한 티켓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냥 원래 그 가격인 줄 알았던 무식 혹은 무심자.


그래서 나도 예약이란 걸 해 보기로 했다. 그럼 어떤 교통편을 타고 리스본에 입성할 것인가. 여행의 맛은 역시 기차지, 암요. 코레일 같은 포르투갈의 열차 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조금 늦은 출발이긴 해도 1등석 요금을 50%나 할인해주는 타임대가 있어 예약을 진행했지만 무슨 일인지 '가까운 매표소에 문의하라'는 메시지만 뜨면서 자꾸 오류가 난다.


이 표는 출발 최소 5일 전에 예약을 해야 할인 적용을 받는 건데 오늘이 딱 5일 전이란 말이다! 가장 더운 오후 2시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상 벤투 역. 포르투 소개에 절대 빠지지 않는 관광명소이자 중앙역. 정말 딱 두 가지, 표 예매하고 역사 내부 구경하고 끝. 오늘 포르투 날씨 31도. 이곳은 도우루 강과 아주 가까운 곳이지만 까마득한 내리막길을 보는 순간 다시 내려갈 거 왜 올라가나 같은 등산에 대한 고찰이 떠오르며 바로 집으로. 나에겐 참으로 무서운 동네, 포르투.


IMG_9212.HEIC 내려다만 봐도 충분하잖아요? 1


IMG_9219.HEIC 내려다만 봐도 충분하잖아요? 2




날 잊어먹으신 픽업 서비스 드라이버님. 알고 보니 플라우시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나에 대한 민폐도 그렇지만 그녀의 손님에게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데 어지간히 충격을 먹으신 모양이다. 픽업 비용을 이미 지불했었기에 플라우시나가 어제의 택시비를 나에게 건네며 말한다


"너 다시 공항 갈 때 공짜로 태워준대"


나 공항 안 갈 건데?? 이 돈 돌려줄 테니 그 친구에게 나 떠나는 날 기차역까지 태워달라고 해줘, 했다. 얼굴에 빗금 칠 된 그 아저씨 얼굴이 떠올라 둘이 한참을 웃었다.


걷는 스트레스만 빼면 아직은 웃을 일 많은 포르투.


루아1.png 저 순진무구한 얼굴에 속으면 안 된다 @루아의 최애 장소, 내방 소파


그림11.jpg 그림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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