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혼란

포르투갈, 포르투

by 므스므

난 왜 여기에 와 있는가

오늘 아침, 친구 J와 통화하며 우울한 소식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여행 출발을 얼마 앞두지 않고 그녀의 암 선고 소식을 들었고 정밀 검사를 받던 날 병원에서 얼굴을 보고 온 게 마지막이었다. 오늘 그 검사 결과를 들은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뭐라도 집중할 걸 하자 싶어서 무작정 숙소를 나섰다. 한국에서라면 근처도 안 갔을 고양이 카페를 찾아, 사진도 찍고 인스타에 올리고 브런치도 먹었다. 포르투에 한 번이라도 와 본 지인들이 하나같이 '도우루 강변에서 마시는 포트 와인'을 언급하길래 일단 내려가 보자 했다. 지도 없이 그냥 동서남북 파악하고 지그재그로 가더라도 내려가기만 하면 강을 만날 테니 했더니, 밤이라면 절대 가지 않았을 법한 동네를 둘러둘러 강변에 도착은 하더라.


다행히 날은 흐렸고 내리막길만 줄곧 왔으니 힘도 들지 않았고 그래서 목도 마르지 않았다. 습관처럼 멋진 풍광들을 카메라에 담은 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카페가 아닌, 그냥 배들이 정박해 있던 선착장 한편에 앉았다.


덜컥 눈물이 났다. 깜장이 노랭이의 냄새가 그리웠고 내 방의 익숙함이 그리웠고 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나. 난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않은가. 혼란스러운 머릿속. 그저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 여행 14일 만에 벌써 권태기가 온 건가.


수요일엔 이동을 해야 하니 포르투에서의 시간도 내일이면 끝인데 당장, 이 혼란의 정체를 파악하고 처방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제대로 된 질문을 찾아 던지고, 신중하게 답을 찾아보자.


그 외엔 아. 무. 것. 도 하지 말자.


IMG_9506.HEIC 유기묘들을 돌보고 입양 보내는 일까지 하는 고양이 카페이자 비건 카페 @O Porto Dos Gatos


IMG_9567.HEIC 드디어 영접한 도우루 강


KakaoTalk_20221025_165832827.jpg 그림일기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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